<오로라 공주>에 출연한 박영규, 오대규, 손창민, 전소민. 주인공 전소민을 제외하고 모두 중도하차 했다.
당초 <오로라 공주>는 120부작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150부작으로 연장된 데 이어 추가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30회 연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MBC는 25회를 늘리는 것을 사실상 결정지었다. 대중의 작가 퇴출 운동은 유명무실해졌다.
작가 퇴출 운동 소식이 알려진 15일 <오로라 공주>의 전국 시청률은 17.4%(닐슨 코리아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광고 판매 역시 호조다. 게다가 일일극의 시청률은 뒤이어 방송되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MBC 입장에서는 쉽게 놓을 수 없는 카드다.
MBC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대본은 작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방송사가 나서서 수정을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집필료가 제작비 3분의 1 차지
18일 방송된 <오로라 공주> 126회에서는 주인공 오로라의 어머니 사임당(서우림)이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돼 하차했다. 벌써 11명째다. 네티즌은 지금껏 하차한 이들을 열거하며 ‘임성한판 데스노트’라고 꼬집고 있다.
게다가 이날 방송에 앞서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우림의 하차 사실을 미리 알렸다. 제작진이 스포일러를 자처한 셈이다. 그만큼 <오로라 공주> 출연진의 하차에 대한 대중의 날선 비판이 부담스럽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임성한 작가의 서슬 퍼런 칼날은 멈출 줄 모른다.
이를 두고 제작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오로라 공주>의 회당 제작비는 6000만 원 수준.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임성한 작가의 집필료다. 얼굴이 알려진 기성 배우들을 기용하며 드라마를 만들려면 분명 빠듯하다. 때문에 몸값 높은 배우를 하차시켜 제작비를 절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 때문에 배우를 하차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작비를 고려해 멀쩡히 출연 중이던 캐릭터를 하차시키는 작가는 없다. 게다가 제작비가 부족했다면 <오로라 공주>로 광고 완판까지 기록하고 있는 MBC가 지원해줬어야 옳다. 제작비 문제가 없진 않았겠지만 그것이 11명의 배우를 중도 하차시킨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로라 공주>에서 유체이탈을 한 왕여옥, <신기생뎐>에서 귀신에 빙의된 아수라, <신기생뎐>에서 등산 중 실족사한 단철수 지화자 부부, <하늘이시여>에서 ‘웃찾사’를 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소피아.
지난 11월 8일부터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오로라 공주> 연장을 반대하고 임성한 작가의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 퇴출 서명 운동은 과거에도 있었다.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2008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서명 운동이 전개됐지만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물론 이번에는 그 규모가 더 크다. 하지만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임 작가에 반기를 드는 대중 못지않게 그의 작품을 즐겨보는 시청자도 많기 때문. 게다가 시청률 보증수표인 임성한 작가를 마다할 방송사와 제작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대중에게 수많은 드라마 중 원하는 드라마를 선택해서 볼 권리가 있듯,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집필할 권리가 있다. 임성한 작가는 도가 지나쳤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먼저 받았을 것이이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 만큼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왜 대중은 임 작가에 화났나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막장 드라마가 있다. 무리한 설정과 현실감 없는 인물 묘사를 일삼는 일부 드라마는 대중의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기에 일명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 불린다. 그럼에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처럼 대중의 반발이 거센 경우는 드물다.
임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기이한 설정이 그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복잡한 가족 관계 및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의 언행은 약과다. 등장인물들의 급사는 임성한 작가의 전매특허가 됐다. <오로라 공주> 이전에도 <하늘이시여>에서 여러 인물이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르러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하늘이시여>의 소피아(이숙 분)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장면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귀신 소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기생뎐>에서 갑작스럽게 귀신이 등장한 것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나치게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인 장면”이라며 경징계에 해당되는 ‘경고’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로라 공주>에도 귀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해 임성한 작가의 남편이었던 손문권 PD의 죽음을 둘러싸고 유족들이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임 작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더욱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오로라 공주> 방송을 전후해 임성한 작가와 유족 간 법정 다툼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작품 속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임성한 작가의 개인사와 결부지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회당 1800만 원… 연장되면 ‘총 31억’
임성한 작가
그런데 50억 원은 과장된 금액이다. 임성한 작가의 회당 원고료는 1800만 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150부작이었던 <오로라 공주>가 25회 추가 연장하면 결과적으로 31억 5000만 원을 벌게 되는 셈이다. 5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상상을 초월하는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작가의 집필료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대중이 이런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단순한 반발을 넘어 임성한 작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