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가 이렇게 조용한데 초선의원이라고 별 수 있겠나.”
한 여당 관계자의 말이다. 청와대 입김이 센 집권 초기 정부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내에서 대표적인 소장파로 분류됐던 김성식 전 의원과 정태근 전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등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소장파가 설 곳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선의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19대 국회 초선의원들은 원내 입성 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초선의원들이 신선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는 이회창 총재에게 쓴소리를 하며 정당 구조 및 지도부 시스템 개혁, 밀실정치 타파 등을 주장했다. 제18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민본21’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복지 확대 등 청와대의 목소리에 반기를 들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지난해 새누리당(위)·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 개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일요신문 DB
또한 새누리당 초선의원들 대다수가 지난 2012년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데다 관료, 교수 출신으로 활동성이 저조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패기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앞서의 초선의원은 “아직은 정부 출범 초기이고 초선의원들이 원내에 적응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나마 여당 초선의원들의 목소리가 드러났던 국회선진화법 개정 반대에 대해서 해당 초선의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선배들의 입장’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초선의원은 “선진화법을 주도해서 만든 분들이 선진화법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셔서 공감했기 때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선 초선 의원들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권 핵심부를 향한 비토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타깃이 당 지도부가 아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뜻을 갖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 10여 명은 삼청동의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현 시국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았고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는 데 견해를 같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초선의원은 “집권 초기라고는 하지만 당이 청와대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이러다 보니 정치가 실종됐다”면서 “조만간 연판장을 돌리든 공개 선언을 하든 청와대를 향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당 초선의원들의 행보를 봤을 때 실제 ‘액션’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반면 야당 초선의원들은 지도부보다 빠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진선미 김현 김기식 의원을 필두로 일부 초선 의원들은 ‘내각 총사퇴’, ‘청와대 전면 개편’, ‘특검 실시’ 등의 성명을 쏟아내며 여야 대치 정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등에 대해 지도부의 결정보다 먼저 입장을 밝힌 초선의원들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공천 당시 한명숙 대표가 ‘정체성’을 주장하며 강경파들을 섭외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초선들을 보면 정쟁 논리, 언론플레이에 매몰된 듯하다”며 “초선의원들은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책 분야나 새로운 대안 제시 등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초선의원들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언론플레이가 아닌 내실 있는 활동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초선의원들의 돌출 행동의 원인 중 하나로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 부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도부의 영향력 아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갈등은 온건적 성향인 지도부와 급진적인 초선들의 목소리가 부딪히면서 생겨나고 있다. 지도부를 장외투쟁으로 내세운 것도 초선의원들의 주장이었고,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 후 대여투쟁 강도를 놓고도 내부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당내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초선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필요하다. 중진 의원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며 “당내 여러 의견은 지도부가 수렴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