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 시상식, SM vs YG
지난달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MMA 시상식. 세 부문에 걸쳐 대상을 줬고, 대상에 해당되는 올해의 아티스트상과 올해의 베스트상은 각각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인 샤이니와 엑소에게 돌아갔다. 이에 앞서 샤이니는 본상인 TOP10을, 엑소는 TOP10과 네티즌인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MMA 시상식은 SM 소속 가수들의 잔치였다. 엑소가 공연하는 모습.
8일 후인 11월 22일 홍콩 퉁청 아시아월드엑스포아레나에서 열린 MAMA 시상식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YG)가 환하게 웃었다. YG 소속인 빅뱅의 지드래곤은 대상 격인 ‘올해의가수상’뿐만 아니라 ‘남자가수상’ ‘베스트댄스퍼포먼스남자솔로’ ‘베스트뮤직비디오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걸그룹 2NE1의 멤버 CL은 ‘베스트댄스퍼포먼스여자솔로상’을 수상하며 힘을 보탰다. 총 5개 부문을 YG가 독식했다. 헌정 무대 성격을 띤 스티비 원더의 공연을 제외하면 엔딩 무대 역시 빅뱅이 장식했다. SM과 YG가 사이좋게 ‘장군’과 ‘멍군’을 부른 셈이다.
두 시상식은 올 한 해를 결산하며 각각 SM과 YG에 많은 점수를 줬다. 몰아주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홍콩에서 열린 MAMA 시상식에서 YG 소속 빅뱅의 지드래곤이 4관왕에 올랐다.
해외에서 열리는 MAMA 시상식은 더욱 심하다. 홍콩에 와서 레드카펫을 밟은 이들의 면면만 봐도 각 부문에서 누가 상을 받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 수상자를 쉽게 눈치 챌 수 있으니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MAMA를 주최하는 CJ E&M 관계자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초대를 한다고 해도 해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상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후보자들은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MAMA는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가요계의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의 장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해명했다.
# 영화 시상식, 달라졌다
지난해 열린 대종상 시상식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가 22개 부문 중 15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광해>가 잘 만든 영화이긴 하지만 흥행성에서는 <도둑들>에 뒤졌고, 작품성에서는 <피에타>보다 각광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종상은 ‘광해바라기’를 자처했고 반세기를 이어온 시상식의 권위는 추락했다.
왼쪽부터 소원, 관상.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은 <소원>이었다. <소원>은 최우수작품상 외에도 각본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관상>이 9개 부문 10개 후보에 올라 최다 수상이 유력했지만 <소원>이 멋진 역전극을 펼쳤다.
영평상(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는 <설국열차>가 힘차게 달렸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관상>이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음악상 등을 차지했다.
올해 영화 시상식을 보면 고른 수상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한국 영화가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각 시상식마다 이상할 정도로 수상자 위주로 참석하는 것은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한 영화계 인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대부분의 후보가 참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상자와 탈락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바로 시상식의 묘미다. 시상식에 참석하고 수상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여주는 문화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시상식에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 방송 시상식, 올해는
몇 년째 연말 지상파 3사 연기대상 시상식이 끝난 후 ‘나눠먹기’를 꼬집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공동수상을 남발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상을 만들어 스타들의 품에 안겼다. 스스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MBC의 연기대상 논란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배용준의 <태왕사신기>가 7관왕을 달성했고, 2009년에는 <선덕여왕>과 <내조의 여왕>이 각각 11관왕과 7관왕에 올랐다. 다. 2010년에는 역시 7관왕을 차지한 <동이>의 잔치였고 이듬해에는 <최고의 사랑>만 활짝 웃었다.
‘최우수상’이라는 표현도 무색하다. 2009년에는 배우 엄태웅, 윤상현, 김남주, 이요원이 공동 수상했고 2010년에는 배우 정준호, 지진희, 공효진, 신은경 등이 모두 ‘최고’ 우수한 ‘다수’가 됐다.
SBS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신사의 품격>이 1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고 아이돌 출신 배우인 최민호 설리 권유리 이종현 등은 ‘뉴스타상’으로 묶어 상을 줬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PD는 “상은 더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모두가 수고했다고 하나씩 나눠갖는 건 그냥 송년 파티일 뿐이다. 스타들을 초청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방송사의 입장도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