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터키의 ‘할페티 장미’는 생김새는 일반 장미와 다를 바 없지만 색깔만큼은 다른 장미와 여실히 구분된다. 이 장미의 색깔은 ‘검정색’이다. 검붉은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검다. 스프레이를 뿌려 염색을 한 것도 아니다. 실제 색깔이 이런 것이다.
터키의 작은 마을인 할페티에서 재배되는 이 장미의 색깔이 이렇게 검은 것은 이 지역의 독특한 토양과 지하수의 수소이온(pH) 농도 덕분이다. 봄에는 어두운 적색이었다가 여름이 되면서 점차 검게 변하는 것이 특징.
하지만 이 장미를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 우선 여름철 잠시만 나오는 데다, 또 재배량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더욱이 댐이 건설된 지난 1990년대 이후 할페티 마을이 수몰되면서 재배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10㎞ 떨어진 인근의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다시 흑장미를 재배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재배량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