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 독일 분데스리거
손흥민.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그런데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분데스리가는 확실히 떴고,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는 조금씩 내려앉았다. 유럽 내 각 국 프로축구리그를 분석할 때 주요 잣대로 작용하는 것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인데,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나란히 결승에 오르며 뭔가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태극전사 4명이 올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꿈꾸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여름 함부르크SV에서 레버쿠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지 고작 6개월여가 흘렀을 뿐이지만 손흥민은 다가올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다. 외신들은 손흥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각종 루머를 흘린다. 여기서 파생되는 예상 행선지도 다양해서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 등까지 유수의 명문 클럽들이 러브 콜을 보낸다고 한다.
손흥민의 몸값 변동의 폭도 단연 돋보인다. 여기서 몸값은 예상 이적료와 연봉 등 다양한 옵션이 포함된 금액이다. 유럽 축구 관련 각종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함부르크 1군에 갓 모습을 드러냈던 2010년 8월 책정된 몸값은 15만 유로(약 2억 2000만 원)에 불과했다. 3년여가 흐른 지금은 무려 1400만 유로(약 202억 8000만 원)가 됐다. 거의 100배가 넘는 가치 상승 폭을 경험한 셈이다. 레버쿠젠이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1000만 유로(약 150억 원)에 손흥민을 영입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유벤투스(이탈리아)도 손흥민을 영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깜짝 소문이 불거졌는데, 이탈리아 매체들은 최소 이적료로 1200만 유로(약 173억 원) 선으로 내다봤다.
멀티 플레이어 구자철(볼프스부르크)도 손흥민 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낸 대표적인 경우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볼프스부르크에 진입한 2011년 2월 구자철의 예상 몸값은 250만 유로(약 36억 원)였다. 2012년 2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을 때 350만 유로가 됐고, 임대 클럽을 강등 위기에서 탈출시킨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400만 유로(약 58억 원)까지 치솟았다.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한 이후에도 대략 400만 유로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구자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인츠05 등 몇몇 클럽들의 오퍼를 받고 있지만 대개 350만~400만 유로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왼쪽 풀백 박주호(마인츠05)와 홍명보호 키즈의 대표 사례인 중앙 수비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경우도 흥미롭다. 특히 박주호의 몸값 변동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다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소속 팀의 부침에 따른 변화였다.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서 스위스 리그 바젤FC로 입단한 2011년 7월 그의 몸값은 75만 유로(약 11억 원)였고, 작년 5월에는 150만 유로(약 21억 원)를 찍었다. 그러나 바젤의 추락과 함께 2012년 6월에는 90만 유로(약 13억 원)로 하락했다. 변화의 타이밍에서 마인츠를 택했고, 130만 유로(약 19억 원)로 예전 상황에 다시 근접해 눈길을 끈다. 분데스리가 진입 후 딱히 보여준 게 없는 홍정호는 국내 전 소속 팀인 제주 시절과 큰 변화 없는 85만 유로(약 12억 3000만 원)의 기존 선을 유지하고 있다.
# 자존심 지키는 ‘쌍용’
왼쪽부터 구자철, 기성용.
첼시의 명장 주제 무리뉴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성용의 몸값은 600만 유로(약 86억 8000만 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뛸 때 400만 유로로 추정됐던 몸값은 스완지시티(잉글랜드)에 입단하면서 700만~800만 유로(101억~115억 원)를 오갔지만 선덜랜드 임대를 기점으로 200만 유로가량이 하락했다. 그래도 최근 높아지는 팀 내 기여도와 함께 몸값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후문.
이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의 이청용(볼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성실맨’답게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시절이나 챔피언십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지동원의 처지는 기성용과 크게 다르다. 얼마 전 도르트문트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쫓겨나다시피 새 팀을 구해야 하는 탓에 자존심이 구겨졌다. 2012년 6월 250만 유로(약 36억 원)였던 지동원의 몸값은 2013년 1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와 함께 150만 유로(약 27억 원)였다가 지금도 그 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도르트문트가 풍성한 공격진을 자랑하고 있어 지동원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은 아니다.
측면 공격수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보경(카디프시티)도 한때 300만 유로(약 43억 원)를 찍은 적도 있지만 최근 저조한 실적 탓에 세레소 오사카(일본) 시절과 비슷한 200만 유로(약 29억 원)로 다시 내려앉고 있어 뭔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심각한 처지의 박주영(아스널)도 AS모나코(프랑스) 시절 기록한 700만 유로(약 101억 원)의 1/3 수준도 채 안 되는 200만 유로까지 떨어졌는데, 빅리그를 유지하고픈 그의 마음과는 달리 현 시점에서 박주영에게 관심을 갖는 건 프랑스 리그앙(1부 리그)의 몇몇 팀들로 국한돼 있어 축구계에 아쉬움을 안기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