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삼성전자가 곳간을 열어서라도 투자자들을 달래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일까? 최근의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40조 원 가까운 이익을 낼 전망이다. 스마트폰 성장이 정체되고 이익이 떨어져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부문의 이익이 늘어나 이를 상쇄하는 덕분이다.
KDB대우증권의 전망치를 보자. 2013년 스마트폰이 속한 무선사업(IM)부문 24조 8600억 원,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7조 2590원이던 영업이익이 2014년에는 각각 23조 9550억 원, 10조 2680억 원으로, 2015년에는 이 전망치가 24조 3040억 원, 13조 1690억 원으로 불어난다. 모든 사업부를 합한 영업이익 총액도 2013년 36조 7740억 원에서 2014년 38조 6880억 원, 2015년 43조 8170억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고가 스마트폰의 수익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도 맞고, 차세대 혁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경쟁 제품인 중저가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늘어난다.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 수년째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아직 혁신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자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 삼성전자의 2013년 말 예상 이익잉여금은 149조 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배당은 지난해 1조 2000억 원에 불과했다. 시가배당률로 약 0.7%다. 경쟁사인 애플의 시가배당률은 2.3%.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로 10%가량 손실을 본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직원들에게 막대한 상여금을 지급한 회사 측에 목소리를 높일 명분이 충분해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성장으로 인한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 압력을 높이게 된다. ‘성장을 위해 배당을 늘리기 어렵다’는 회사의 반대논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성장을 계속 한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먼저 요구한다”며 “최근 삼성에 혁신적인 성장동력을 요구하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도 이와 비슷한 속내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1조 원, 2004년 2조 원, 2005년 1조 9200억 원, 2006년 1조 8583억 원, 2007년 1조 8088억 원 등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주가가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있던 때다. 결국 삼성전자가 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1월 애널리스트 데이 이후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누적으로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선주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투자를 하면서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를 빼놓기는 어렵다. 기울기가 완만해질 뿐 이익증가세는 계속되고 회사 내부에 쌓아둔 배당 가능 이익도 엄청나다. 당장 주가가 오를 모멘텀이 보이지 않으면 배당으로라도 수익을 챙길 수 있다”며 “최근의 삼성전자 때리기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꼭 맞아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