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은 전북현대 소속으로 브라질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됐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대표팀 얘기를 해보자. 지난해 5월,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레바논전을 시작으로 마지막 3연전을 치를 때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설렘, 긴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좀 ‘뻘쭘’했나? 낯설어서. 이건 좀 엉뚱한 얘기일 듯한데, 솔직히 궁금했어. 소문에는 대표팀에 파벌이 있다는 거야. 진짜 그럴까? 싶었거든. 그런데 막상 접해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았어. 우리 때도 마음 맞는 애들끼리 몰려다녔잖아. ‘교회 과’가 있듯이 말이야. 그때도 괜찮았는데 지금이라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 정작 문제가 있는 사람은 나였어. 엄청난 훈련량으로 경기에 뛰기도 전에 쓰러질 판이었으니까. 선수들 모두 클래스가 있는 애들이잖아. ‘올드보이’라고 칭하는 선수가 막차를 타고 들어와서 빌빌대면 꼴불견일 거 아냐. 그런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방전이 된 거지. 최강희 감독님 참 재밌으셔. 미팅할 때는 마음 편히 하라고 해놓고선 훈련 때는 빡세게 돌리시고.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부담이 컸었어.”
―축구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2002년 월드컵 맞나?
“당연하지. 그때 같이 뛰었던 형들이 지금 지도자 하거나 은퇴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로워.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매일 기도해. 형들이 잘되게 해달라고. 2002년 멤버들이 잘되는 걸 보면 뿌듯해지면서 기분이 좋아. 그래서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대.”
―누가 전화를 안 받았나.
“(황)선홍이 형. 전화를 안 받아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문자를 보냈거든. 아직까지 답장이 안 와. 난 진심이었는데.”
―브라질에서 두 팀의 전지훈련이 벌어지는데, 하나는 전북현대고, 또 하나는 축구대표팀이다. 김남일은 전북현대 소속으로 브라질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고.
“굳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잘 알아. 브라질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게 될 줄은 몰랐네. (김)태영이 형에게 대표팀 전지훈련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전북이랑 아주 다른 곳이더라고. 가까운 거리라면 잠깐이라도 가서 대표팀 훈련장 잔디라도 밟고 오려 했더니만.”
―대표팀 승선에 대한 마음을 비웠다고 들었는데, 아닌가보다.
“비우고 있으니까 강요하지마. 그런데 꼭 비워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브라질월드컵 승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
“여전히 관심은 있어. 하지만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 중이야.”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다면?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기량이 대단해. 독일,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 K리그 선수들도 그렇고. 반면에 너무 어린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이 구성되는 건 약간의 조심스럽다고 봐. 감독 성향에 따라 선수들 구성이 달라지겠지만, 내 입장에선 조금 아쉽지. 2002년 월드컵 때를 떠올리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선배들이 벤치를 지키며 후배들을 응원하고 다독거리고 조언해주는 부분이 큰 힘이 됐거든. 경기를 뛰는 후배들은 그 선배들을 위해서 한 발씩 더 뛰어 다녔어. 좋은 성적은 그라운드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야. 생활에서 나오는 거야.”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나선 연락하기가 어려워졌겠다.
“그게 그렇더라고. 선홍이 형한테는 편하게 문자할 수 있는데, 명보 형한테는 문자 한 통도 자꾸 생각을 하게 돼. 새해 인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런 안부 문자를 보내는 것도 마치 날 뽑아달라는 메시지로 비칠 것 같아서 못하겠더라고.”
김남일은 ‘마음을 비우고 있다’는 말로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지우려 애썼다. 그런 비움과 지움을 갖고 그는 브라질 전지훈련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시크한 매력을 풀풀 풍기면서 말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