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권이 공작정치를 펴고 있다며 규탄대회를 가졌다. | ||
지난 12월15일 김혁규 경상남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던 날, 당 내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의 김 전 지사 영입을 ‘1회용 반창고’로 깎아내리면서 “열린우리당은 내년 총선에 목숨을 걸었다. 여권은 온갖 회유와 협박을 동원해 김 전 지사를 꾀어낸 것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김 전 지사를 크게 써먹은 다음에 장관 정도 준 뒤 용도폐기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서는 ‘굴러온 돌’에 대한 반감도 높지만 김 전 지사의 보수적인 정치 성향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고 들었다. 마구잡이식 영입에 따른 부작용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밝히면서 “김 전 지사는 도지사 재직 때 경남 지역 의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김 전 지사의 정치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어떻게 혈혈단신 열린우리당에 입성해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혁규 전 지사의 탈당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어 그 대응이 주목된다.
우선 김혁규 전 지사의 갑작스런 탈당이 내년 총선구도 및 차기 대권구도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정동영-추미애’의 대결 구도를 구상했으나 추미애 의원이 탈당을 거부하면서 이런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는 것. 그래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카드가 김혁규 전 지사 영입이라는 것이다. 이는 내년 1월11일 당 의장 경선의 흥행을 노리는 것이며 이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띄우려는 속셈이라는 것.
한나라당은 이 경선에서 정동영 의원이 근소한 차로 이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 의원과 김 전 지사가 전국구 상위에 랭크되고 1월20일을 전후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전격 영입해 ‘입당 퍼레이드’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입당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해 열린우리당 바람을 크게 일으키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김 전 지사의 경우 총선 뒤 장관-국무총리직을 거쳐 차기 대권주자로 키운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영남 대통령을 통한 영남 정권 재창출의 그랜드 시나리오라는 것. 자연 이 과정에서 정동영 의원의 적잖은 반발이 생길 것이고 향후 김 전 지사의 입지 다지기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예측하고 있는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에 ‘차기 보장’은 있을 수 없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다음 탈당자로 예상되는 박맹우 울산시장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지역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박 시장을 예우해주며 그를 묶어둘 심산이다. 또한 ‘영남습격사건’이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연출한 작품이라는 점을 중점 부각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권의 ‘야당파괴 공작정치’에 대해서도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