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캡처는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면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형태로 데이터가 저장된다. 사진출처=주간포스트
먼저 미조타 교수는 고속카메라로 다르빗슈의 투구를 포착한 뒤 풍동 실험에서 그대로 시뮬레이션 했다. 야구공을 8개의 피아노 줄로 고정하고 풍속은 시속 140㎞, 공의 회전축은 타자를 향해 약간 오른쪽 방향, 그리고 회전수는 매초 40회로 설정했다. 이후 피아노 줄을 통해 공에 작용하는 힘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다르빗슈의 투심 패스트볼의 경우 던진 순간에는 타자가 치기 좋은 공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급격히 휘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타자들이 그의 공을 치기 어려워하는 이유다.
이처럼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은 던진 공이 배트 중심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변종 직구인 투심 패스트볼이나 무빙 패스트볼 등 타자 앞에서 공 끝이 살아 움직이는 공을 많이 사용한다. 또 너클볼처럼 불규칙한 변화구를 잘 던지는 특급 투수도 있다.
이와 관련, 특급 투수들의 변화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피칭머신 연구개발이 일본에서 한창이다. 피칭머신은 회전하는 휠들 사이에 공을 넣으면 공이 튕겨지듯 발사되는 기계다. 각 휠들의 속도 차에 의해 구종이 결정된다.
일례로 가나자와대학에서 개발한 피칭머신 ‘SA-91’은 3개의 휠로 구성됐는데, 회전수가 0.01단위까지 조정 가능해 포크볼과 싱커, 체인지업 등 거의 모든 변화구를 만들어 낸다. 향후 휠을 4개로 늘리고, 야구공의 실밥 영향까지 고려한 설계를 적용시켜 좀 더 미세한 조정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니, 과학의 힘으로 미지의 마구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피칭머신뿐만이 아니다. 선수가 몸에 걸치는 용품도 최신 과학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야구선수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글러브다. 글러브 개발에서 중요한 과제는 조작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 일본의 야구용품업체 미즈노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관성모멘트 측정기’를 접목시킨 독자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관성모멘트 측정기란 고정된 글러브를 수동으로 회전시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계측하는 장치다. 글러브가 손목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한다는 것에 착안한 관성모멘트, 즉 회전하는 물체가 계속해서 회전을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고 개발에 착수했다. 관성모멘트가 작을수록 손목을 구부렸다 펴는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이므로 조작성이 높다는 걸 뜻한다.
1. 미즈노사는 글러브 조작성 향상을 위해 관성모멘트 측정기를 고안해냈다. 2. 피칭머신으로 강하게 스핀을 걸어 직구를 재현하고 있다. 3. 배트의 심을 폴리우레탄으로 감싼 비욘드맥스(위)는 치는 순간 기존의 금속배트(아래)보다 공의 변형이 작아 비거리가 늘어난다.
글러브와 함께 야구 배트를 과학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실 프로야구선수들이 사용하는 나무배트는 세세한 제한 규정이 있어 개량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연식야구에서 사용하는 배트의 경우 신소재 개발에 따라 비거리(飛距離)를 늘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비거리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미즈노사의 배트 ‘비욘드맥스’는 2002년 이후 총 47만 개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그 특별함의 비밀은 방망이의 소재에 있다. 연식야구의 공은 속이 비어 충격에 의해 변형을 일으키기 쉽다. 변형이 크면 에너지가 감소하고, 비거리는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미즈노사는 공의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트의 심을 부드러운 소재인 폴리우레탄으로 감싼 비욘드맥스를 선보였다. 실제로 타격 실험을 행하면, 헤드스피드가 같더라도 비욘드맥스 쪽이 기존 배트에 비해 7m를 더 날아간다.
이후에도 배트 소재 개발은 더욱 진행돼 자동차의 서스펜션 부분에 사용되는 실리콘의 일종인 일래스터머를 소재로 채택하는가 하면, 타구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레탄 부분을 다시 딱딱한 소재로 덮은 방망이가 출시되기도 했다.
최신 3D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한 스포츠웨어나 슈즈, 용품도 차례차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딱 맞춘 것처럼 신축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 스포츠의류 브랜드 데상트 등이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해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3D 모션캡처 데이터를 활용하면 투구 시 어느 부분의 근육이 어떻게 수축하고 늘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 그 계측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웨어 소재에 참고하는 것이다. 또 양손 관절마다 센서를 부착하면 극소수의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어 최적의 배팅장갑 제작이 가능해진다.
한편, 모션캡처 기술은 팔꿈치의 높이 등을 수치화해 투구 폼을 교정하는 데도 효율적이다. 따라서 현재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인 일본 프로야구 구단도 있다고 알려졌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