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투자배급 영화 <수상한 그녀> 포스터. 중견 배우인 나문희와 박인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출연진이 CJ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CJ 사단’은 연중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MAMA>를 통해 결혼 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여자가수상’을 받은 이효리는 CJ 계열사가 제작하는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두터운 신분을 쌓고 있다. Mnet의 간판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리즈를 이끈 이승철 역시 참석해 공로상 격인 ‘베스트 콘서트 퍼포머상’을 받았다.
CJ E&M의 이미경 부회장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의 전역 후 첫 복귀 무대도 <MAMA>였고, 그는 공식 컴백 전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인 이펙트>로 연착륙을 시도했다.
이 외에도 <MAMA>에는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 각각 출연한 배우 이서진과 이승기를 비롯해 <응답하라 1994>의 주역인 배우 고아라와 정우가 녹화를 뒤로하고 참석했다. 시상자로 나선 한지혜 이수혁 홍종현도 계열사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CJ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연예인들을 ‘줄세우기’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롭지 않다. 실력보다는 인맥을 우선시한 캐스팅이 연예계를 멍들게 한다는 지적은 CJ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이런 따가운 시선은 점점 부러움의 시선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CJ가 자본력을 앞세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탄탄한 콘텐츠를 필두로 질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CJ는 연예계를 3분할하는 영화 가요 방송 등 모든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영화사업 부문인 CJ엔터테인먼트가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요사업 부문에서도 음원 유통 사이트 엠넷닷컴을 보유한데다 유명 가수들의 앨범 제작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손호영 정준영 홍대광을 비롯해 몇몇 가수들을 보유하며 매니지먼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방송사업 부문에서도 CJ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tvN, Mnet, OCN, 온스타일 등 18개 케이블방송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장르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슈퍼스타K>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4> 등 킬러 콘텐츠들이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건 CJ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과거 CJ 그룹 이미지 광고에는 ‘이미경 라인’이라 불리는 비와 원빈, 서인영, 타이거JK 등 톱스타들 20여명이 단체로 출동해 화제가 됐고 주진모 오지호 김성수 천정명 2PM의 택연 등도 ‘친 CJ 연예인’들도 꾸준히 CJ 계열사 광고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CJ 라인을 타면 자다가도 CF가 떨어진다”와 “CJ는 연예계 황금 동아줄”이라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CJ의 한 관계자는 “CJ 관련 행사나 계열사 CF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그 시기에 인기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들이다. 누구를 광고 모델로 썼는가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친분만을 앞세워 모델을 기용할 순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CJ와 관련된 작품에 출연한 연예인을 CF에 출연시키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CJ가 연예계에서 독점적인 권력을 키우는 것에 대한 우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CJ가 모든 부문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 영세한 제작사와 연예기획사들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J의 성장을 견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유통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를 소유하고 있고 음원유통에도 관여한다. 방송의 경우 지상파가 버티고 있지만 지금의 성장세라면 10년 후에는 지상파 3사가 방송가의 최대 권력자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영화계에서는 이미 CJ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가요계에서도 앨범 제작과 유통뿐만 아니라 공연 사업에서도 CJ는 공룡이다. 현재 지상파들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대상도 CJ다. 물론 견제 세력이 있지만 현 추세대로 CJ가 몸집을 불린다면 10년 안에 연예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