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본격화

[일요신문] 국내 대표 제약회사 중 하나인 일동제약이 경영권을 위협받게 됐다. 일동제약은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 지주사 전환을 꾀했으나 녹십자와 피델리티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주사로 전환해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완하고 경영권을 안정시키려 했던 일동제약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동제약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와 9.99%를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는 24일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될 수 있었던 관련 안건을 부결시켰다. 일동제약은 이제 경영권을 지키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의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도 밝혔지만 일동제약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지분을 확대하는 외 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3대주주인 피델리티를 우호지분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피델리티가 24일 임시주총에서 녹십자 편을 들면서 녹십자와 피델리티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단순 투자자로 분류됐던 녹십자가 느닷없이 경영권 분쟁의 진앙지로 떠오른 것은 지난 16일. 녹십자 측이 일동제약의 개인 주주였던 이호찬 씨의 지분 12.57%를 매입했다고 공시하면서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29.36%로 치솟았으며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일동제약 경영진 지분 34.16%에 불과 4.8%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일동제약 측이 일부 주주들과 맺은 공동보유계약 지분까지 전부 합한다 하더라도 일동제약 측 지분은 37.04%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9.99%를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가 녹십자와 손을 잡는다면 지분율은 역전된다. 이 때문에 24일 피델리티 측이 녹십자와 함께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1만~1만 1000원에서 횡보하던 일동제약 주가는 적대적 M&A 이슈와 경영권 분쟁이 야기되면서 불과 1주일 만인 24일 1만 7350원까지 치솟았다. 적게는 1만 주밖에 오가지 않던 거래량도 최근에는 수백만 주에 달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