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출연 배우들이 1000만 관객 돌파 기념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영화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의 다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개봉된 <천안함 프로젝트>는 메가박스 상영 중지 소동을 겪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그곳에 명시되지 않은 의문점들을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터리 영화인 <천안함 프로젝트>는 그동안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등 기득권의 만행을 꼬집는 영화를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이 이끄는 아우라 픽쳐스가 제작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메가박스는 재상영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단체가 압력을 가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번 일이 대한민국의 수치로 지속되게 보도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더 많은 대중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영화 파일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논란이 오직 영화에 해가 되는 건 아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는 말이 있듯 인구에 회자되고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영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류되는 일부 영화들의 흥행을 지켜본 한 보수 인사는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부럽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을 가진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돼 관객과 만나는 것과 달리 보수 성향의 영화들은 제작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감독 한창학)가 준비되고 있다. 이 영화를 다루려면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기 때문에 영화 안팎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제작 진행 속도는 더디다. 201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가진 <퍼스트레이디>는 2013년 3월 촬영을 시작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8월 15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작이 지연되며 당초 출연할 예정이었던 배우 감우성 한은정 동준 등이 잇따라 하차했고 아직까지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배우 정석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N.L.L-연평해전>(감독 김한순) 역시 표류 중이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무려 넉 달 간 촬영해 50% 넘게 촬영을 마쳤지만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다.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모금된 돈으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주요 투자사가 바뀌고 시나리오도 수정되면서 출연진 전면 교체 이야기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석원과 소속사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차원의 보이콧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주연 배우가 바뀐다면 그동안 촬영한 분량은 대부분 폐기될 수밖에 없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북한군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제2연평해전 참수리 357호 용사들의 비극적인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전장에서 스러져 간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재차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보수 진영이 반길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관객들이 언제쯤 이 영화를 보게 될지도 미지수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기득권을 향해 직접 투쟁을 하기 힘들었던 이들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 비판을 가하는 건 과거부터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보 영화가 보수 영화에 비해 제작이 급물살을 타는 건 영화가 가진 이러한 기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 간절한 이들이 영화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