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컬링 여자대표팀.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컬링 대표팀은 다른 종목들처럼 포지션별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 한 팀을 꾸리는 방식이 아닌,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단일팀이 그대로 국가대표가 되는 대표적인 팀 스포츠다. 그래서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러기에 척박한 환경에서 함께 고생을 나눈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팀워크가 각별하다. 대표팀 이슬비는 “우리 팀은 어느새 가족이 된 것 같다. 언제부턴가 감독님께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서울아빠’로 부른다”고 말할 정도. 이런 팀워크로 컬링 여자 대표팀이 소치에서 4강을 넘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2010년 국내에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위한 스타트 훈련장은 생겼지만, 아직까지 정식 경기장은 전무하다. 하지만 이런 대한민국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에 썰매 종목 전종목 참가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봅슬레이 남자 4인승 2팀, 남자 2인승 2팀, 여자 2인승 1팀, 스켈레톤 남자 2명, 루지 남녀 싱글과 남자 2인 등 총 20명에 이른다.
윤성빈
윤성빈과 조 감독의 이러한 노력이 성적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아메리카컵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랭킹도 17위로 상승했다. 그러다보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윤성빈이 사고 한 번 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성빈은 그런 주목이 ‘과대평가’라며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22일 입국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너무 띄워준 것 같다. 확고히 말하는데 나는 아직 최고 레벨인 월드컵 선수들과 겨뤄보지도 않았고, 최정상급 선수들과 차이가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는 모르겠지만 드라이빙 기술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 차가 많이 난다.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건데 10년 이상 썰매를 탄 선수들과 내가 같을 수는 없다”고 목표를 15위 정도로 예측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왜 굳이 승부를 평창까지 미루려 하느냐’고 이야기해주고 있다”며 “한번 지켜봐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당장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분명 윤성빈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그를 올해 지켜봐야하는 이유고, 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