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지난 대회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6개와 은 6개, 동 2개로 종합 5위를 차지하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이뤄냈다. 따라서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이 지난 밴쿠버 대회의 기록을 깨고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이상, 종합 7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우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 소식을 알리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26·대한항공)이었다. 이승훈은 밴쿠버 대회에서 ‘메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 5000m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1만m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의 첫 번째 메달 소식은 이승훈에게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대회 첫날인 8일 오후 8시(한국시간)부터 대한민국 이승훈, 김철민이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김아랑, 박승희, 심석희(왼쪽부터).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승훈이 있다면, 단거리 종목에는 남녀 모태범(25·대한항공), 이상화(25·서울시청)가 있다. 모태범은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수상했고, 이상화도 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에만 세계신기록을 4차례나 갈아치우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빙속 여제’ 이상화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이상화는 지난 25일 네덜란드 헤렌벤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월드컵시리즈에서 좋았던 컨디션을 어떻게 올림픽까지 유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늘 해오던 대로, 더하려고 하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훈련계획을 밝혔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둔 부담감에 대해서도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굉장한 부담감이 있을 텐데, 이미 금메달을 얻었다. 그래서 심한 부담감은 없고 축제 분위기에서 즐기다가 오고 싶다”고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4차대회에서 1000m와 500m를 모두 휩쓴 모태범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1000m 종목에 각오를 다졌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모태범은 “개인적으로 1000m에 대한 욕심이 크다. 앞서 대회에서 실패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꼭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집중해서 재미있게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케빈 크로켓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코치도 모태범의 2관왕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었다.
김연아의 피겨 2연패 여부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대한민국의 전통적 ‘효자 종목’ 쇼트트랙은 지난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명예 회복에 나선다는 각오다. 그 선봉에는 여자대표팀의 신예 심석희(17·세화여고)가 설 것으로 보인다. 심석희는 어린 나이에도 지난 시즌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 10연속 금메달을 따며 전 세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더군다나 다관왕이 예상됐던 중국의 왕멍(29)이 연습도중 부상을 당해 소치 동계올림픽 불참을 통보하면서 심석희는 1000m와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남자 쇼트트랙 종목은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부상과 부진에 빠져있는 반면,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30)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한국대표팀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
이에 반해 2011년 세계선수권 우승자로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의 ‘핵심 멤버’인 노진규(22·한국체대)는 골육종 판정을 받고 수술을 위해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에이스 신다운(21·서울시청) 역시 부진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윤재명 남자 대표팀 감독은 인터뷰에서 “월드컵 후 성적이 좋지 않은데 지구력과 힘을 기르는 훈련을 많이 했다”며 “5000m 계주는 반드시 가져와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로서는 김연아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연아의 라이벌 일본의 아사다 마오(24)와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 그레이스 골드(19·미국) 등이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김연아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경쟁이 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2014 전국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에서 합계 227.86점으로 마지막 점검을 마친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해 “이미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에 부담감은 덜할 것 같다”면서도 “이왕 대회에 나가기로 한 만큼 잘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