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표(왼쪽)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 | ||
여기에 최근 정치권의 몇몇 유력 인사들이 ‘비밀 회동’을 가지면서 ‘신당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제2 신당 출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선 제2 신당에 참여할 현역 의원은 몇 명이며, 신당 대표를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제 신당이 나올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내 반발에 부딪치긴 했지만 최 대표는 최소한 현역 의원의 3분의 1 정도는 물갈이해야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한나라당 의원(1백48명) 가운데 50여 명은 물갈이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의원들이 ‘순순히’ 물러나겠느냐는 점이다. 현재 물갈이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의원들 중 상당수는 지역에 나름대로 탄탄한 조직적 기반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양정규·김용환·주진우·박관용·박헌기 의원 등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30여 명의 ‘현역’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도 ‘물갈이 바람’이 불면서 소속 의원(60명) 가운데 최소 10명은 공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심점만 생긴다면 공천에서 밀려난 현역 의원들을 규합하는 ‘제2의 신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 이들이 ‘내각제 개헌’을 내세울 경우 자민련 의원 10명까지도 합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여기에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표와 정몽준 국민통합21 의원 등이 동참한다면 50석 이상을 확보, 단숨에 ‘원내 2당’까지 넘볼 수도 있다는 것. 이 경우 한나라당(영남)과 민주당(호남), 자민련(충청) 출신 등이 모이면서 ‘전국 정당’이라는 모양새까지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재 공천심사위 재구성을 주장하며 최병렬 대표와 맞서고 있는 서청원 전 대표도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자민련과 서 전 대표는 ‘코드’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내분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 신당 논의에 불이 붙을지 아니면 헛물만 켜다 끝날지 결정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서청원 전 대표의 측근은 “당 대표까지 지낸 서 의원이 앞장서서 당을 분열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최 대표가 사당(私黨)화하려는 음모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다”며 “현재로선 신당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측근은 “서 의원은 독자적으로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공천절차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최 대표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최 대표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신당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제2 신당’ 출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당 대표 후보로 정몽준 의원을 거명하기도 한다. 정 의원이 현 정부와 맞설 수 있는 대항마라는 것. 그러나 정 의원측은 “신당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며 “(신당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통합21’로 출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근 ‘신당설’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말을 했다. 이 인사는 “김종필(JP) 자민련 총재와 이한동 대표가 ‘신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극비리에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가에 나돌고 있는 ‘신당설’이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문만은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당사자인 이한동 의원은 JP와의 잦은 회동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신년 하례식에서 기자와 만난 이 의원은 “최근 김 총재를 만난 적이 일절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의 한 측근은 JP와의 회동 사실을 시인했다. 이 측근은 “이 의원은 JP와 깊은 신뢰관계를 맺고 있다. 요즘 자주 만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두 분이 ‘제2 신당’에 대해 논의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측근은 이한동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선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영입 발표를 한 것이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내분 사태 등 정치적 흐름을 본 다음 1월 말에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측근 인사의 전언과는 달리 이 의원이 JP와의 회동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에서 나도는 얘기처럼 실제로 JP와 함께 ‘신당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제2 신당’이 등장할 가능성은 점치면서도, 현재 신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각 당의 공천작업이 구체화되는 1월 말쯤에는 신당설의 실체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나리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