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소치 올림픽은 무려 56조 원을 쏟아부으며 역대 동·하계 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들인 대회로도 이름을 남겼다. 대회 전부터 “관계자들이 예산 상당 부분을 횡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비판이 끊이질 않았으나 필자가 돌아본 시설과 안전, 서비스의 전반적인 수준은 꽤 괜찮았다. 특히 경기장과 같은 하드웨어가 좋았다. 아들레르 해안에 위치한 해안 클러스터에선 빙상, 컬링, 아이스하키 같은 얼음 종목이 열렸다. 넓은 땅과 많은 돈을 충분히 활용한 게 인상적이었다. 연습 링크를 포함한 해안 클러스터 8개 경기장이 클러스터 중심에서 모두 200m 안에 위치할 만큼 집중도가 높았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본 뒤 걸어서 피겨 경기를 바로 관전할 수 있다는 점은 팬들 입장에서 큰 메리트였다. 먹거리 장소, 방송 및 미디어 편의 시설 등을 별도의 가변 시설로 설치하지 않고 모두 경기장 안에 넣은 것도 특징이었다.
김진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소치올림픽 조직위를 찾아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위원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이제 동계올림픽은 4년 뒤 평창에서 다시 개최된다. 평창은 소치 올림픽을 벤치마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평창 조직위 직원 140명은 소치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 지식전수 프로그램’에 참여, 소치 조직위 일원으로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대회 기간 중 만난 이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하드웨어 면에서 평창은 소치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동후 평창 조직위 사무총장은 “평창은 땅 문제 해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해 소치는 땅이 무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 정책도 있어 시설과 인프라를 그림 그리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종구 시설기획부장은 “소치는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에 이를 만큼 따뜻한 편이라 관중들이 날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평창은 그렇지 않다. 기후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평창 조직위는 한국적인 소프트웨어에 승부수를 띄울 작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활용해 팬과 미디어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 설상 종목이 열리는 평창과 빙상 종목이 열리는 강릉 사이 교통 편의를 최고 수준으로 투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환경친화적인 올림픽 만들기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소치에 와서 하루 3만보를 기록할 만큼 부지런히 배우고 있다”는 이병남 평창 조직위 대회계획조정관은 “소치만큼 할 자신이 있다. 아낌없는 투자 등은 소치가 부럽지만 소프트웨어에서 더 개선되고 진보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기 스포츠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