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 중 김아랑(19)은 박승희(22)의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그래서 박승희의 집은 일명 국가대표 하숙집으로 불린다. 이 집에는 국가대표만 4명이 살고 있다. 첫째 박승주(24)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둘째 박승희와 동생 박세영(21)은 쇼트트랙 대표 선수다. 전주에서 스케이트를 하던 김아랑은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 삼남매가 전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연을 맺었다.
박승희 경기를 지켜보는 가족들. MBC 화면 캡처.
재능이 뛰어났던 김아랑은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서울로 상경하게 됐고, 먼 길을 왕복하는 것이 안쓰러웠던 박 씨 삼남매의 어머니 이옥경 씨(48)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해 2008년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의 동거가 시작됐다. 원래 김아랑은 박승희 선수 근처에 ‘진짜’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로 살고 있는 하숙집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옥경 씨는 하숙집에 남자 선수들이 많아 불편할까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들 박세영을 집 근처 하숙집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던 김아랑은 천주교신자였던 이옥경 씨를 따라 헬레나라는 세례명을 받았고, 이옥경 씨는 대모가 됐다. 이제는 제사도 같이 지낼 만큼 진짜 가족같은 사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옥경 씨 자택 큰 방에는 2층 침대 한 개와 싱글 침대 한 개가 놓여있다. 박승주, 박승희, 김아랑이 태릉선수촌에서 외박을 나올 때면 이 방에서 함께 자고 간다. 김아랑은 본가인 전주로 내려가지 않고 박승희의 집을 먼저 들를 만큼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박승희의 남자친구인 남자 쇼트트랙 대표 이한빈(26)도 외박 때마다 같이 방문하기도 하고, 같은 국가대표 동료나 친구들도 종종 이옥경 씨 집을 찾는다. ‘국가대표 하숙집’에서 친해진 박승희와 김아랑은 결국 3000m 계주에서 값진 금메달을 얻으며 어머니 이옥경 씨에게 보답했다.
강기준 인턴기자 rockstars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