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쓰리데이즈>의 배우들은 출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손현주의 이름을 언급하며 존경을 표시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런 과정을 거친 손현주가 갖춘 가장 큰 미덕은 이해와 배려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가 보이지 않는 법이지만 손현주는 항상 낮은 자세로 모두를 살폈다. <쓰리데이즈> 제작발표회에 동석한 데뷔 15년차 배우 윤제문이 “손현주 선배와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윤제문 외에도 박유천 장현성 박하선 등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쓰리데이즈> 출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손현주 이름을 거론했다. 후배들이 선배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리 흔치 않은 장면이다. 경쟁에서만큼은 선후배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는 연예계에서 한목소리로 칭찬을 받는 사람 역시 드물다.
<쓰리데이즈>의 제작사 관계자는 “지난 12월 시작된 촬영이 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손현주는 항상 현장에서 스태프와 후배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덕담과 격려를 건넸다. 춥다고 촬영 때를 제외하고 따뜻한 차 안에 틀어박혀 있는 몇몇 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라고 평했다.
충무로에도 손현주를 넘어서는 존경받는 배우가 있다. 다름 아닌 안성기. 이미 예순을 훌쩍 넘긴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어른’이어서가 아니다. ‘어른다운 어른’이기에 충무로 영화인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경의를 표한다.
영화인들의 힘을 모아야 하는 순간에는 항상 안성기가 있었다. 스크린 쿼터 사수 운동이 전개될 때는 1인 시위에 나섰고, 불법 파일이 판치자 그는 지금까지도 굿다운로더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영화에도 기꺼이 투신한다. 정지영 감독의 연출 복귀작이었던 <부러진 화살>은 제작비가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안성기가 ‘노 개런티’ 출연을 약속하면서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등 후배 배우들이 뒤를 따랐다. 안성기의 호연에 힘입어 저예산 영화였던 <부러진 화살>이 큰 흥행을 거두면서 그는 적지 않은 러닝 개런티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안성기가 없었다면 <부러운 화살>은 제대로 배급조차 받지 못한 독립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그의 열정에 비하면 그가 받은 러닝 개런티는 결코 크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2011년 한 단체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문화예술인’으로 뽑혀 상금 5000만 원을 받았다. 이 상금은 고스란히 그가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유니세프에 기부됐다. 그러니 어찌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면 나잇값, 이름값, 연륜값 못하는 배우도 있다. A가 대표적이다.
자기 주관이 강하기로 유명한 A는 최근 공개된 한 작품을 촬영하면서도 연출자의 영역을 수시로 침범했다. 아무 때나 ‘컷’을 남발하고 배우들의 동선이나 대사를 조정했다. 물론 자신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방향이었다.
그는 편집에도 관여했다. 연출자와 편집기사가 버젓이 있었지만 A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그 결과 이 작품은 A의 독무대가 됐다. 이 작품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만나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괜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A의 판단에 맡겨 버렸다”고 토로했다.
동료 배우들의 원성도 대단했다. A와 함께 연기한 한 후배 배우는 인터뷰를 나누며 A의 이야기를 꺼내자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여기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뒷담화를 하는 것밖에 더 되나. 그냥 ‘대배우’여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다”고 말을 아꼈다.
중견 배우 B 역시 존경과는 거리가 먼 배우다. 언론은 그를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라 부르지만 주변 이들은 그를 ‘잘난 척이 심한 배우’라 비꼰다.
B는 어느 현장에서건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젊은 스타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사실상 조연으로 캐스팅돼도 이런 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촬영장에도 가장 늦게 나타나 다른 이들을 기다리게 하기 일쑤고 주위 상황과 상관없이 이어폰을 꼽은 채 자신만의 흥에 취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한 술집에서 있었던 일화도 유명하다. B는 드라마 제작진 및 동료들과 거하게 저녁을 먹은 뒤 고급 술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B는 1병당 100만 원이 넘는 샴페인을 여러 병 시켜 마셨다. 하지만 계산은 B의 몫이 아니었다.
B의 한 측근은 “오랜 기간 활동하며 부를 꽤 축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B가 후배들에게 제대로 돈을 쓰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남의 돈으로 생색내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다. 그러니 그를 존경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