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사진제공=JTBC
유아인의 경찰홍보단 입대 포기를 보도한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 화면 캡처.
2월 중순 배우 유아인과 최진혁, 성민, 성제가 경찰홍보단이 진행한 실기 오디션에 합격한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이들은 제47차 경찰홍보단 의경모집에 응모해, 2월 13일 열린 1차 오디션을 통과했다. 2008년 조승우와 류수영을 시작으로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유명한 배우 이제훈과 가수 허영생, 개그맨 최효종까지 차례로 경찰홍보단으로 입대해 복무를 할 때만 해도 잠잠했던 여론은 이번에 스타 4명이 동시 지원하면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지원자들 가운데 최진혁은 2월 말 열린 최종의경시험(적성검사)을 통과해 경찰홍보단으로 선발됐다. 늦어도 올해 8월에는 입대해야 하는 상황. 또 다른 지원자 성민은 현재 최종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유아인은 시험 당일 불참해 경찰홍보단 입대를 포기했다.
경찰홍보단으로 입대한 연예인들은 현역 복무 방식 가운데 하나인 의무경찰과 같은 조건으로 경찰 홍보를 위한 다양한 공연 활동을 진행한다. 2000년 1월 창단된 경찰홍보단은 초창기 ‘호루라기 연극단’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공연예술 분야에서 재능 있는 대학 연극영화과 학생이나 음악 전공자, 마술 실력을 갖춘 이들을 주로 선발했다. 창단된 지 9년이 지나 배우 조승우가 이곳에서 복무할 때까지도 대중에겐 생소한 존재였다.
유아인과 같은 시기에 경찰홍보단에 지원한 남자 연예인들. 왼쪽부터 최진혁, 성민, 성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경찰홍보단에 복무 중인 연예인은 최근 지원한 4명을 빼도 4명이나 된다. 이제훈, 최효종, 허영생과 2012년 입대한 배우 김동욱 등이 경찰홍보단에서 복무하고 있다. 정원을 20명으로 정해 놓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오디션을 통해 인원을 충원하는 운영 방침을 고려하면 전체 단원 가운데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달한다.
연예인들이 경찰홍보단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체로 같다. 일단 연예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복무 기간인 21개월 동안 연예계와 동떨어진 곳에서 생활할 경우 자신의 재능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경찰홍보단은 각종 공연을 주로 벌이고 있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재능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연예인의 선택을 이끈다.
더욱이 경찰홍보단 단원들이 일반 의무경찰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복무한다는 점도 연예인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각종 특혜 논란 속에서 폐지된 연예병사와 달리 경찰홍보단의 복무 규칙은 철저히 관리되는 편이다. 경찰홍보단의 한 관계자는 “2개월에 한 번씩 3박 4일 동안 정기외박이 주어지고, 주 2일 휴무일 경우 이틀 중 하루만 외박을 허용한다”며 “단기 외박일 경우 해당 부대가 있는 시·도 지역으로 위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경찰홍보단에서 현역 복무 중인 이제훈.
하지만 엄격한 규제 속에서도 최근의 분위기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대중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 중 하나인 ‘연예인 군대’ 문제에서, 특정 보직에 스타들이 몰리면 의심의 눈초리가 만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제2의 연예병사 제도’라는 지적까지 꺼낸다.
일부분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방부가 연예병사를 폐지한 이후 경찰홍보단에 지원하는 연예인의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말 허영생과 최효종이 이곳으로 입대했고 올해 초에는 4명의 연예인이 오디션에 합격했다. 특히 이들의 오디션 합격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경찰홍보단 홈페이지는 마비가 될 정도로 항의 글이 폭주했다. 오디션 이후에 2차 시험이 남아있었지만 이들이 마치 ‘프리미엄’을 받고 최종 합격한 것으로 오해한 일부 누리꾼들이 ‘연예인 봐주기 아니냐’는 항의를 쏟아낸 탓이다.
의무경찰 역시 육군과 똑같은 조건의 현역병이지만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팬들은 경찰홍보단에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만 갖고 해당 연예인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유아인은 오디션에 합격하고도 의경시험에는 불참해 지원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소속사 UAA를 통해 “여러 오해의 시선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밝혔다. 유아인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특혜를 받겠다는 게 아니라 연기자로서 특기를 살려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소속 배우의 의지가 비난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