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최근 입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문건을 보면 한때 ‘서울의 밤’을 장악했던 거물급 수감자 8명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각 지방의 13개 경찰청 역시 현재 수감중인 ‘지역주먹’들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일요신문>이 서울및 지방 경찰청 관계자들의 도움을 빌려 파악한 관리 대상 수감 조폭 두목들은 대략 약 17명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전히 국내 조폭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이름은 소위 ‘3대 패밀리’로 통하는 김태촌씨의‘범서방파’, 조양은씨의 ‘양은이파’, 이동재씨의 ‘OB파’ 등이다. 한때 각각의 보스들의 오랜 수감 생활과 해외 도피 등으로 3대 패밀리 조직은 사실상 와해된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이제 감방에서나 서방파, 양은이파 등이 통할까 서울 밤거리에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01년 2월 서울지검 강력부는 “아직도 3대 패밀리는 보스들의 ‘대리인’을 통해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며 ‘범서방파’의 이아무개씨, ‘양은이파’의 조아무개씨, ‘OB파’의 김아무개씨 등을 잡아들였다. 이들이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하나같이 보스들의 최측근이자 조직 내 2인자로서 사실상 보스를 대신해 조직을 이끌어온 자들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지검은 “각각의 보스들이 10여 년이 넘게 자리를 비웠음에도 여전히 서울의 밤거리에서 ‘3대 패밀리’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휘하의 부두목 및 행동대장급들이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며 여전히 서울 강남 등지는 3대 패밀리 잔여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넘버 투’들에게 철퇴를 가했다.
부두목급을 통한 조직관리는 얼마 전 적발된 서울 ‘상계파’가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상계파의 전 두목 김아무개씨는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중인 상태. 그는 이 조직의 새로운 두목이 된 이아무개씨의 면회를 통해 주요 사안을 보고받고 옥중결재를 통해 조직을 사실상 관리해오고 있었다. 지난 연말 검찰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피의자 사망사건’도 그 원인은 역시 파주 ‘스포츠파’ 보스 신아무개씨의 옥중지휘 때문이었다. 교도소에 구속 수감중이던 보스 신씨를 대신해서 조직을 대리 관리해온 ‘2인자’ 박아무개씨가 배신을 하자, 옥중의 신씨가 박씨를 제거할 것을 다른 조직원에게 명령한 사건이었다.
3대 패밀리의 보스 중 현재 유일하게 수감중인 김태촌씨는 지난해 진주교도소에서의 호화 수감생활이 발각되면서 현재 청송교도소로 이감된 채 특별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중인 국회에서도 전국 각 경찰청에 이례적으로 현재 수감중인 조폭 두목들을 파악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일련의 옥중 지휘와 유명 조폭 두목급의 특혜 시비로 인해 구속 수감중인 전국구 주먹들에 대한 경찰들의 보이지 않는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라는 전언이다.
특히 대흥동파와 신송정리파는 범서방파 등과 함께 여전히 서울 강남 지역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강북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유명 조폭 두목들도 포함되어 있다. 수유리의 유흥가를 장악했던 ‘일○이파’의 박아무개씨, 미아리 일대에서 유명한 ‘상○이파’의 박아무개씨, 그리고 청량리의 ‘만○식이파’ 박아무개씨 등이다. 최근 1~2년 전 구속수감된 이들은 비교적 짧은 형기로 곧 출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두목을 대신해서 조직을 이끌며 옥중지휘를 받은 ‘상계파’의 두목 이아무개씨도 현재 수감중이다.
서울 영등포지역을 장악하며 국내 최대 조직의 하나로 성장한 ‘영등포 중앙동파’의 두목 이아무개씨는 지난 6월 구속되어 현재 수감중에 있다. 소위 ‘전국구’로 불리며 전국 각 지역의 무대를 장악했던 두목급 조폭들은 최근 몇 년 새 대거 출소했지만 아직도 몇몇은 옥중에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산을 대표하는 ‘주먹황제’의 승계 또한 수감중이던 두목을 대신해서 조직을 관리했던 부두목의 부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의 최대 관심 인물은 단연 ‘칠성파’의 보스 이강환씨였다. 칠성파는 서울의 3대 패밀리와 함께 ‘4대 조직’으로 불릴 만큼 지역 조직으로서는 막강한 힘을 자랑해왔던 터. 이제 환갑줄에 들어선 고령의 이씨는 지난 91년부터 시작, 10여 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감하고 얼마 전 출소했다. 그를 대신해서 칠성파의 새로운 두목으로 떠오른 권아무개씨가 주목의 대상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폭력계의 한 관계자는 “이씨의 뒤를 이어 사실상 권씨가 칠성파의 맥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가 수감중일 당시 부두목이었던 권씨가 대리인격으로 사실상 칠성파를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권씨는 영화 <친구>의 감독 곽경택씨를 협박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권씨는 주민등록증 위조 등의 혐의로 추가 구속기소되었으나, 현재 보석 상태로 계속 공판에 계류중이다. 이밖에 칠성파에 맞서는 부산 지역의 또 하나의 거대 조직인 ‘신20세기파’의 두목 안아무개씨는 얼마 전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의 두목 김아무개씨도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중이다. 대구경찰청 폭력계의 한 관계자는 “2001년 두목 김씨가 구속된 이후 동성로파가 와해된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은 잔여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김씨의 형량이 아직 2년여 더 남아 있어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촌동파’와 함께 대구의 대표적인 조폭 조직인 동성로파는 95년 김씨에 의해 재건되면서 일본 야쿠자식의 ‘경제건달’을 표방하며 한때 전국 최대 규모로 조직원들을 끌어모은 바 있다. 중앙 무대를 평정하며 기세를 올리던 광주·전남의 주먹도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다. 광주는 전통적인 강세를 나타내던 ‘OB파’가 일부는 서울로 진출하고 나머지도 ‘충장OB파’, ‘신양OB파’ 등으로 나뉘면서 대신 ‘국제PJ파’가 강자로 부각된 상태. 하지만 국제PJ파의 두목급인 조아무개씨와 배후 인물로 알려진 여아무개씨 또한 현재 구속 수감중이다.
전주 최대 폭력조직인 ‘월드컵파’의 주아무개씨와 전북의 전통적 조직인 ‘이리 배차장파’의 신아무개씨 등도 역시 구속수감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청도 주먹으로는 보기 드물게 전국구로 통하고 있는 청주 ‘파라다이스파’의 신아무개씨 또한 지난 2001년 범죄단체 수괴죄로 징역 9년6월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중이다. 특히 신씨의 파라다이스파는 이번 청주 지역의 ‘양길승 몰카’사건으로 구속된 지역 유흥업자 이원호씨와 관련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전 최대의 주먹으로 알려진 ‘진술파’의 두목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출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을 대표하는 주먹으로 알려진 ‘꼴망파’의 최아무개씨가 최근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했으나, 이를 대신해 최근 최대 조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신공항파’의 두목 최아무개씨가 수감중에 있다. 또한 ‘주안식구파’의 최아무개씨, ‘부평신촌파’의 송아무개씨 등은 얼마 전 출소했다고 인천경찰청 관계자들은 전했다.
[구속수감중인 유명 조폭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