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우 수석은 지난 27일 오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미래기획수석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회견문에서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설계한 전문가로서, 이제는 현장이 아닌 입법의 장에서 AI G3 강국의 비전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저를 키워준 고향 부산 북구에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당의 부름과 대통령의 고심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출마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하 수석은 공직선거법상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5월 4일)을 일주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게 됐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9일 하 수석과 전 대변인의 인재영입식을 진행한다. 여권 관계자는 “연휴 시작 전(29~30일)에 인재영입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 수석이 출마하면 울산 남구갑에 공천한 전태진 변호사에 이어 보궐선거 두 번째 인재 영입 사례다.
하 수석의 출마설이 정치권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이달(4월) 초다. 지난 2일 부산 북구갑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하 수석 같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뒤 하 수석 차출론이 정치권에서 본격 거론됐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하 수석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입 작전에 돌입했다. 지난 6일에는 조승래 당 사무총장이 하 수석과 만나 출마 가능성을 타진했고, 8일 정청래 대표가 나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삼고초려 했듯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당 차원의 ‘러브콜’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배석한 하 수석을 향해 “하 GPT, 요새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던데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며 사실상 출마를 만류하는 발언을 하자, 하 수석은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하 수석은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분간은 청와대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대통령님이 ‘네가 결정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어떤 게 국익에 가장 최선인지, 국가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지로 결정할 것이다. 만약 출마 결정권을 준다면 청와대에 남는 것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해 출마설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설득은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는 26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하 수석과 2시간가량 만찬 회동을 가지며 출마를 최종 설득했다. 하 수석은 27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CEO)의 접견에 배석하는 일정을 소화한 뒤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 수석은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4월 24~25일 부산 북구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예상 후보 ‘3자 가상대결’에서 하정우 수석(35.5%)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무소속, 28.5%)와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국민의힘, 26.0%)을 제치고 오차범위 내 지지율 1위를 보였다. 적극 투표층 지지율 조사에서는 하 수석이 44.3%로, 한 전 대표(24.8%), 박 전 장관(24.6%)과 더 큰 격차를 보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무선 ARS 방식, 응답률 9.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 진영의 표심이 한 전 대표와 박 전 장관으로 나뉘면서 민주당 후보로 가정된 하 수석이 상대적으로 앞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 수석의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한 전 대표와 박 전 장관 모두 보수 표심 분산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 북구갑은 2024년 총선(제22대)에서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된 지역으로,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승부처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부산 북구갑은 민주당에 있어서 부산에 남은 마지막 진보 진영이다. 이곳에 출마하는 한 전 대표나 박 전 장관은 보수 진영에서 팬층이 두터운 인물이어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하 전 수석의 등판이 꼭 필요했다”며 “하 수석은 부산 지역 유권자 마음을 흔드는 데 상당히 유효한 카드지만, 아직 행정가로서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어서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하 수석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 참모 자리가 선거용 스펙을 위한 훈련소라고 비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AI 사령탑’ 경력이 고작 10개월짜리 ‘선거용 스펙’이었다는 사실은 산업계와 미래 세대에 대한 기만”이라며 “이번 사태는 민주당에서 청와대 수석 자리가 국회의원 배지를 위한 ‘정치 징검다리’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하 수석 출마 시 한 전 대표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하 수석이 ‘대통령의 허락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시점부터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분신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며 “한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막기 위해 AI 강대국을 목표로 청와대에 영입한 인재를 차출하는 것이 옳았는지는 부산 시민들이 판단해 선택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