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타율 0.338(234타수 79안타)로 MLB 타율 전체 1위인 오토 로페스(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격차를 0.006로 좁혔다. 그리고 리그 최다 안타 부문에서는 79안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이정후는 지난 5월 19일 허리 근육통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휴식 기간 동안 트라젝 아크라는 최첨단 피칭 머신을 활용해 선구안을 기르는 훈련을 가졌는데 이게 실전 경기에 도움이 됐고,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지난 6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의 홈 팀 클럽하우스에서 경기 후 선수들 인터뷰가 있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워싱턴 내셔널스에 3-6으로 패한 터라 선수들이 취재진 인터뷰에 나설 일이 거의 없었지만 자이언츠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만 21세의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기자들 앞에 섰다. 엘드리지는 이날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루타와 홈런, 볼넷 2개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엘드리지는 자신의 앞 타순인 5번 타자로 나서는 이정후가 이날 멀티 히트를 비롯해 17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간 사실을 떠올리고 취재진에게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
“이정후는 지금 세계 최고의 타자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앞 타순이라 대기 타석에서 그를 지켜보는데 정말 멋지고 특별한 선수다.”
엘드리지는 이정후가 이날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타석이 있었는데 그때 이정후의 통역 한동희 씨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고 놀란 척 물어봤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의 이정후는 한 경기 멀티히트는 기본이고 한 차례의 5안타와 4차례의 4안타 기록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요즘 경기 전과 경기 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정후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기자들은 이정후가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뒤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다음은 바이텔로 감독의 설명이다.
“사실 이정후가 부상 전에도 못 했던 건 아니다. 그냥 며칠 쉬면서 약간의 리셋되는 시간을 가진 듯 하다.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수비에서도 점차 편해지는 것 같고, 주루 플레이도 많이 좋아졌다. 타석에서는 원래 스윙이 좋았고, 손과 눈의 반응 속도도 뛰어났는데 지금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이 리그에서, 이 구장에서, 이 나라에서, 그리고 팀 동료들과 함께 더 많이 뛰면 뛸수록 편안함을 크게 느낀다. 그럴 경우 가장 좋은 버전의 플레이가 나온다. 단순히 “좋다”는 수준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내 생각에는 아라에즈와 이정후가 같은 장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둘 다 정말 뛰어난 손과 눈의 반응 속도, 타석에서 좋은 선구안을 갖고 있다. 이정후가 삼진과 볼넷이 적은 편인데 타구를 자주 인플레이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즉 헛스윙이 많거나 어떤 이유로든 공을 그냥 흘려보내는 타자들처럼 삼진이나 볼넷이 많이 쌓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 두 선수가 계속 안타를 쳐주길 바란다. 이정후와 아라에즈가 같은 더그아웃에 있고, 둘 다 리그 전체 타율 5위 안에 있다는 건 꽤 멋진 일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타격하기를 원한다. 나로선 그가 좌익수 뜬공을 치는 것보다 유격수 옆을 빠지는 라인 드라이브를 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인데 그는 늘 타석에서 차분함, 편안함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헌터 멘스 타격 코치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정후의 올 시즌 변화의 과정들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말한다.
“최근 이정후의 타격 흐름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계속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헛스윙을 하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부상자 명단에 있다가 복귀했을 때 몸이 조금 더 건강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정후는 경기에 나서지 않는 동안 배팅 케이지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멘스 코치는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후 이정후의 배트 스피드가 조금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건 몸 상태가 좋을 때 나오는 모습인데 배팅 케이지 안에서 루틴을 재정립했고, 상대 투수들에 대한 접근법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표현했다.
“(올해 처음 코치와 선수로 만나는) 나와 이정후가 서로에게 익숙해진 점도 있다. 그가 무엇을 찾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더 알게 됐고, 그런 익숙함이 꽤 많은 도움이 된다.”
멘스 코치도 루이스 아라에즈와 이정후가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이정후가 아라에즈의 타석을 보면서 그가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알게 됐다. 서로 똑같은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두 선수가 하는 것들 중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정후는 아라에즈의 커리어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반대로 아라에즈는 아직 이정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각자의 특징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분명히 서로 이어지는 지점이 있다.”
멘스 코치는 또한 “이정후가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지금과 같은 모습을 기대했을 텐데 자신이 빅리그에서 좋은 타자가 됐다는 걸 확인하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멘스 코치는 내셔널리그 올스타 외야수 부문 후보에 올라 있는 이정후를 위해 “한국 팬들 모두 그에게 투표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스카 버나드 타격 보조 코치도 이정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가 부상 이후 믿기 어려울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몸 상태도 그렇고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방식이 대단하다. 그는 지금 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부상자 명단에 있는 동안 멘탈이 더 강해졌고, 매일 경기에 나설 준비를 마친 후 복귀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스탠다드’의 존 셰이 기자는 오랫동안 자이언츠를 취재해온 팀 전담 기자다. 그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정후 야구의 희로애락을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들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존 셰이 기자는 최근 이정후의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KBO리그에서 해왔던 걸 더 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6월 11일 현재) 이정후가 1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고, 그 기간 동안의 타율이 5할이다. 18경기 동안 매 경기 안타를 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는 한 경기에서 안타를 두세 개, 또는 네 개씩 만들어낸다. 정말 놀라운 일이고,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정후가 이 뜨거운 흐름을 타기 전,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후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부상자 명단에 있는 동안 팀 동료이자 2루수인 루이스 아라에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게 아니라 멘탈적인 부분이었다. 아라에즈가 이정후에게 “나처럼 치라”고 말한 게 아니라 타석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특정 투수를 어떻게 상대할지, 카운트 별로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 이정후는 루이스 아라에즈보다 더 잘 치고 있다. 나는 올 시즌에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존 셰이 기자는 이정후가 부상자 명단에서 보낸 10일이 올 시즌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 시간 동안 이정후는 한 걸음 물러나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고, 더 좋은 타자,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팀 동료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팀을 이길 가능성을 높이고, 자신의 경기력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정말 흥미로운 선수다.”
존 셰이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를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했고, 그건 이정후가 KBO에서처럼 빅리그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투자한 거라 선수에게 엄청난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유니폼, 새로운 구장, 새로운 투수들, 새로운 팬들 앞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했다. 한국어를 하는 팀 동료도 없이 말이다. 그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부담과 어려움이었을 텐데 지금 이정후는 모든 걸 이겨내고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정후 "기록 신경 안 써…팀이 이기는 데 집중"
코리언 빅리거란 타이틀을 안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요즘 자신의 연속 안타 기록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평소에는 숫자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으면 그 숫자를 떠올리게 돼 약간의 부담이 생기는 모양이다.
이정후는 연속 안타 기록에 대한 질문에 “(기록 달성을)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질문을 받으면 신경이 쓰인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미디어에서) 계속 주목하고 질문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타석을 소화해야 하고 팀이 이기기 위해서 타석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건 똑같다.”
이정후는 18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올린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013년 추신수가, 그리고 2023년 김하성이 세웠던 1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넘어섰음에도 그는 자세를 낮췄다.
“언젠가는 이 기록도 후배들이 깰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활약 중인 (송)성문이 형, (김)하성이 형, (김)혜성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거다. 나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뿐이다.”
이정후는 허리 등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가 복귀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시즌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일반적으로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일부 감독은 좌투수가 나올 때 좌타자를 우타자로 대체하는 플래툰 방식을 선호한다. 올 시즌 이정후는 좌완과의 승부에 위축되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 6월 11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9회 좌완 투수 미첼 파커를 상대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드는 중요한 안타를 만들었을 때 그는 ‘적응력’을 예로 들었다.
“우완은 리그에 많다 보니 계속 보면서 적응할 수 있었는데 좌완은 많이 보지 못했고, 또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나는 못 봤던 유형의 투수들이다 보니 계속 타석을 소화하며 적응해가고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인 것 같다.”
이정후의 상승세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은 팀의 루이스 아라에즈, 케이시 슈미트와 함께 이정후를 올스타로 보내야 한다며 투표 독려에 나서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