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4월 22일(한국시간)부터 24일까지 펼쳐진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MLB) 시리즈 경기는 다양한 화제와 관심과 이슈를 낳았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오랜 라이벌 팀들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고, 1, 2차전 다저스의 선발 투수가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헤이라는 점, 그리고 이정후와 김혜성이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 야구 팬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경기 중 발생한 예상치 못한 일들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정후가 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의 LA 다저스가 3연전을 치렀다. 사진=이영미 기자#이정후에게 욕설한 포수?
4월 22일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펼쳐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는 경기 전에 쏟아진 소나기로 그라운드가 잔뜩 젖어 있었다. 기온마저 떨어져 선수들은 추위와 싸워야 했는데 이정후는 6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8회 교체됐다. 이유는 허벅지 통증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6회말 두 번째 안타를 뽑아낸 뒤 엘리엇 라모스의 안타 때 2루와 3루를 돌아 홈으로 슬라이딩해서 들어가다 태그아웃을 당했다. 당시 LA 다저스의 포수는 달튼 러싱이었다. 이정후는 홈플레이트에서 주저앉은 후 이례적으로 감정을 표출했고, 8회 제라르 엔카나시온과 교체됐다.
문제는 다저스의 포수 달튼 러싱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뒤를 돌아보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싱이 쓰러진 이정후를 향해 “F*** ’em(빌어먹을 놈들)”이라고 욕설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르는 상대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심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달튼 러싱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황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있지도 않은 일을 부풀리는 언론에 아쉬운 마음을 표한 후 이정후가 언론에 비친 글들을 믿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달튼 러싱은 인터뷰에만 그치지 않고 다저스 동료인 김혜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이정후에게 전달했다.
이정후 또한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일이고 오해할 일도 없다며 빠르게 정리했다.
그러나 24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이 일이 재점화됐다. 6회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로건 웹은 달튼 러싱을 상대하면서 2구째 93.1마일(약 149.8km/h)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 공이 러싱의 갈비뼈로 향한 것이다. 초구로 던진 93.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도 볼이 됐지만 몸쪽을 향해 있었다. 로건 웹이 달튼 러싱에게 고의적으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러싱은 몸에 맞은 후 기분이 상했는지 배트를 내팽개치며 1루로 향했다. 후속 타자인 김혜성의 타구 때 2루로 내달린 러싱은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향해 다소 거칠게 슬라이딩해 들어갔고, 이 장면이 수비 방해로 인정돼 자동으로 병살이 선언됐다. 순간 양 팀 더그아웃이 초긴장 상태가 됐지만, 다행히 벤치 클리어링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로건 웹의 몸에 맞는 볼이 고의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겠지만 소셜미디어가 포착한 내용을 선수들도 읽었을 것이고, 올드 스쿨인 로건 웹이 자신의 동료를 보호하려고 한 행동이라서 문제까지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번 3연전은 김혜성과 이정후의 만남 외에도 욕설 의혹, 빈볼 시비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유튜브 '썸타임즈' 영상 캡처#주루 코치의 사인이 왜?
시리즈 1차전인 22일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맞대결에서 이정후와 관련된 또 다른 내용이 화제가 됐다. 이정후가 6회 안타 출루 후 엘리엇 라모스의 연속 안타에 2루를 돌아 3루로 향했는데 이때 샌프란시스코의 주루 코치인 헥터 보그 코치가 무리하게 팔을 돌리는 바람에 이정후가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으로 쇄도했다가 태그아웃 당하는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매체인 MLB.com은 “이정후가 스트타를 잘 끊었다. 헥터 보그 3루 코치의 사인에 홈까지 들어갔지만 포수 달튼 러싱에게 태그아웃됐다. 이정후는 그 과정에서 다소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후가 8회 교체까지 되자 헥터 보그 코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정후가 경기 후 한국 취재진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내가 잘못하거나 동료가 실수했을 때 그런 걸 표출하지 않았고, 감정적으로 잘 컨트롤하는 편이다. 그런데 부상에 민감해져 있었다. 특히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홈에 슬라이딩해서 들어갔는데 이전(19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당했던 허벅지 부상 부위에 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아웃이 됐다는 사실보다 몸의 반응이 좋지 않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후는 헥터 보그 코치의 주루 사인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3루 코치 자리가 정말 힘든 것 같다. 다시 영상을 돌려봤을 때 다저스의 중견수가 2루 쪽으로 가볍게 던지는 걸 봤고, 3루 쪽으로 뛸 때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그러다 코치님이 팔을 돌리는 걸 보고 다시 속도를 내려다 통증을 느꼈다. 허벅지 통증은 2회 안타로 출루했을 때 (다저스) 야마모토의 견제구에 귀루하다 슬라이딩하면서 허벅지가 땅에 닿았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있었던 상황이었다. 6회 3루에서 홈으로 들어갈 때 다시 그 통증이 느껴졌고, 7회초 수비까지 마친 후 트레이너와 상의 끝에 경기에 빠지는 걸로 결정했다.”
이 일은 다음 날 경기 전 샌프란시스코의 토니 바이텔로 감독 인터뷰 때 다시 언급됐다. 바이텔로 감독도 이정후가 (야마모토의) 견제구에 귀루하다 통증이 뒤따랐다고 설명했다. 3루 코치의 공격적인 주루 사인에 대해선 “스코어가 동점이거나 뒤지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플레이는 아니지만 앞선 상황에서는 공격적으로 가도 된다”라고 정리했다.
이슈가 많았던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리즈는 24일 다저스가 3-0으로 승리하면서 연패를 끊었다. 이날 김혜성은 2회말 무사 1루에서 이정후가 때린 타구를 직접 잡아 2루 베이스를 밟았고, 1루로 송구하면서 병살타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이번 시리즈에서 9타수 3안타 1득점 1타점을, 김혜성은 8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두 팀은 오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4연전으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시즌 초반 부진에서 반등한 이정후, 시즌 타율 0.24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에게 시즌 초반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동부 원정 9연전을 떠나기 전 타율이 0.143까지 떨어졌고, 그로 인해 여론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동부 원정 경기 동안 홈런 1개, 2루타 3개, 볼넷 2개, 삼진 4개를 기록했고, 타율을 0.244로 끌어올리며 반등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정후는 타격 부진, 김혜성은 마이너리그행으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유튜브 '썸타임즈' 영상 캡처4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 자이언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후는 그동안의 부침과 관련해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동부 원정 동안) 특별한 걸 한 것보다 평소 연습하던 대로 똑같이 했는데 타격 밸런스가 잡히면서 결과가 좋게 나왔던 것 같다. 아웃이 됐던 장면들도 잘 맞은 타구가 아웃된 거라 아쉽긴 해도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밸런스가 잘 안 맞는 건 계속 연습하면서 잡아가는 중이다.”
이정후는 19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정후는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고, 워싱턴 선발 케이드 카발리의 3구째 시속 97마일(약 156㎞)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후속 타자인 엘리엇 라모스가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때렸고, 이정후는 2,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다가 워싱턴 수비의 완벽한 중계플레이로 홈에서 아웃됐다. 그때 이정후는 슬라이딩하면서 오른쪽 허벅지를 세게 부딪혔다.
“처음에는 큰 통증을 느꼈는데 시간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선수는 항상 부상을 조심해야 하지만 경기하다 보면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순간적으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와 달리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던 이정후는 시련을 통해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개막을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맞이했던 LA 다저스 김혜성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4월 6일 무키 베츠가 오른쪽 복사근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급하게 콜업된 후 빠르게 빅리그 무대에 적응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4월 22일 오라클파크 원정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혜성은 “작년에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다가 갑자기 다른 선수(토미 에드먼)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콜업됐는데 올해도 그렇게 됐다”면서 “열심히 하고, 계속 (트리플A) 경기에 나가다 보면 (빅리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매 경기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김혜성을 짓누르진 않을까. 김혜성은 부담이 없진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아무래도 매 경기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경쟁을 하든 안 하든 존재하는 건데 열심히 잘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김혜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송성문과 관련해 자신의 경험을 빗대 설명했다.
“(송)성문이 형과 친해서 자주 연락하는 편인데 형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오기 마련이니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다저스라는 탄탄한 팀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지만 (빅리그에) 올라가고 싶다고 올라가는 거 아니고 자기 할 일 하면서 묵묵히 준비하다 보면 긴 메이저리그 시즌동안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또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성문이 형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4월 24일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보태 타율 0.324 1홈런 5타점 OPS 0.886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