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26시즌 메이저리그(MLB)가 개막했다. 그러나 MLB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외하곤 마이너리그와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 1월 한국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오른 가운데 손가락을 다쳤던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오른쪽 옆구리 부상이 재발한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4할 타율을 올렸음에도 1할대에 머문 유망주에게 밀려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호성적에도 마이너리그행을 통보 받았다. 사진=이영미 기자MLB 개막을 앞두고 가장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 선수는 김혜성이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내야 유틸리티 자리와 좌타 플래툰 옵션으로 알렉스 프리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김혜성은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범경기 9경기에서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 1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967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 감각을 보여줬다. 반면에 알렉스 프리랜드는 시범경기 19경기에 나서 타율 0.111(45타수 5안타) 1홈런 7타점 4득점 OPS 0.522에 머물렀다.
프리랜드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스위치 타자다. MLB닷컴이 선정한 2026시즌 다저스 유망주 순위 8위, 내야수 중에선 1위로 꼽혔다. 지난해 7월 빅리그에 데뷔했는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다저스 구단의 선택은 프리랜드였다.
지난 3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의 훈련장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취재진이 김혜성의 개막 로스터 진입 여부를 묻자 로버츠 감독은 굉장히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는 “김혜성은 확실히 우리 구상 속에 있는 선수”라고 운을 떼면서 “김혜성이 WBC 출전 후 팀에 돌아와서 기쁘고 수비는 물론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도루 실력이 만족스럽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김혜성이 WBC 하이라이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정도의 답변이라면 김혜성의 빅리그 생존은 기정사실이었다. 김혜성은 로버츠 감독의 그 인터뷰가 있던 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5회 중견수로 교체 출전했다. 그 경기는 오타니 쇼헤이의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는데 김혜성은 6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8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바 있다. 그런데 김혜성은 그 경기가 끝난 후 로버츠 감독과 면담을 갖고 마이너리그행을 통보 받았다는 후문이 이어진다. 로버츠 감독의 시즌 구상에 김혜성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김혜성은 애리조나에서 치른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경기 출전을 이어갔다.
김혜성은 2025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도전을 선언했다. 당시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은 LA 다저스 외에 LA 에인절스가 있었다. 김혜성은 선택을 앞두고 친한 선배, 동료 선수에게 조언을 구한 걸로 알려졌다. 그때 모든 이들의 반응은 LA 에인절스로 가는 게 맞다는 내용이었다. 에인절스에서는 김혜성이 잘한다면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호화군단 다저스에서는 김혜성의 설 자리가 적어 기회를 얻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김혜성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월드리시리즈 우승 경험이 많은 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웠다.
김혜성은 2년 연속 LA 다저스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매일 경기에 나서는 것이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다저스의 일부 팬들은 김혜성이 아닌 알렉스 프리랜드를 개막 로스터에 넣은 구단과 로버츠 감독의 결정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부상을 입은 송성문이 메이저리그 개막전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마이너리그 구단으로 이동하게 할만큼 그를 배려해주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1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송성문은 크레이그 스탐멘 샌디에이고 감독의 관심과 배려 속에 3월 27일 샌디에이고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펼쳐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홈 개막전을 함께 했다. 송성문은 개막전 이후 트리플 A팀으로 이동해 재활 경기를 치르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크레이그 스탐멘 감독은 지난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옆구리 부상으로 재활 중인 송성문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송성문은 재활 중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 출전에 일곱 차례의 타석을 소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스탐멘 감독은 “송성문이 올 시즌은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한다”면서 “개막전 로스터에 올리기에는 충분한 경기 수를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송성문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서 재활 경기를 치를 예정이고 그 후 오래 걸리지 않아 빅리그로 복귀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 내용이 꽤 인상적이었다. KBO리그에서 온 ‘신인’이자 부상 선수를 샌디에이고가 어떻게 대우하고 기억하는 지를 알게 해줬다.
“(송성문이) 홈 개막전에서는 팀과 함께 할 것이다. (개막전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 개막전 분위기를 느끼게 한 다음에 재활을 위해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예정이다.”
송성문은 지난 1월 한국에서 개인 훈련 도중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이후 부단히 노력한 끝에 부상에서 회복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고,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다 3월 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범경기 도중 같은 부위에 이상을 느껴 교체됐고,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송성문은 그 경기에서 첫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23일 애리조나 샌디에이고 훈련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던 송성문은 “홈런치고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뭔가 느낌이 조금 타이트하고 피로감이 느껴졌다”면서 “계속 경기 출전을 이어가다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트레이너와 감독에게 몸 상태를 설명하고 경기에서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부상 때 조금 빠르게 복귀한 터라 천천히 몸을 만들고 가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송성문은 현재 스윙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구단도, 자신도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송성문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가장 아쉬워했던 건 이정후와의 만남이었다.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홈에서 뉴욕 양키스와의 개막시리즈를 치르고 곧장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3월 31일부터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정후와 샌디에이고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쉽게 못 보게 됐다. 시범경기 보니까 ‘역시 이정후’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잘하더라. (김)혜성이는 잘했는데 아쉽게 됐지만 잘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 혜성이에게 “서로 잘해서 빨리 위에서 보자”라고 얘기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 유일한 한국인 선수다. 사진=이영미 기자이정후는 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뉴욕 양키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MLB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날 이정후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팀도 0-7로 패했다.
시즌 개막 직전 홈에서 열린 술타네스 데 몬테레이와의 시범경기 2연전에서 2루타와 홈런을 터트렸고,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시범경기 8경기에서 타율 0.455(22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리는 등 뛰어난 타격감을 안고 시즌을 맞이했는데 개막전에선 이정후를 비롯해 팀 타선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이정후의 타구 질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정후는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타격감은 괜찮다. 오늘부터 시작인데 잘했으면 좋겠다”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성적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삼진이 한 개도 없었다는 사실. 이정후는 이와 관련해서 “카운트가 좋은 상황에서 스윙할 때 파울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많다”면서 “2스트라이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 그 과정(연습)이 잘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시범경기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정규시즌은 그 과정의 결과를 보여주는 무대다. 이정후는 “인내의 싸움”이라고 정규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전했다.
“준비한 과정들이 바로 나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솔직히 언제 결과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타격감은 괜찮다. 그러나 시즌 중에는 달라질 수 있는 게 야구다. 지금의 좋은 감각을 최대한 오랫동안 끌고 가고 싶다.”
이정후는 지난 2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견수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는 우익수로 자리를 옮겨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시범경기에서 뛰었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과 정규시즌의 홈 구장인 오라클파크의 우측 외야 구조가 다르다. 무엇보다 오라클 파크의 불규칙한 펜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홈 구장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다른 선수가 타격 연습할 때 일부러 수비 연습을 자처했다. 타구가 어디에 맞느냐에 따라 펜스 플레이가 달라지기 부분이다. 이젠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겨울에 준비한 것들을 믿고 내 감각에 맡길 시간이다. 162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도 열심히 해보겠다.”
어느새 빅리그 데뷔 6년차인 김하성은 2024년 10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후 크고 작은 부상이 지속됐고, 올 시즌을 앞두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 2000만 달러(약 300억 원)의 단년 계약을 맺은 후 지난 1월 오른손 중지 힘줄 파열 부상을 또 당했다. 회복에만 4,5개월이 걸릴 것이란 소견이 나왔는데 김하성은 일단 오는 5월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자이언츠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CEO)인 래리 베어 구단주였다.
래리 베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주가 비시즌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사진=이영미 기자그는 지난 1월 자이언츠의 버스터 포지 사장, 토니 바이텔로 감독, 윌리 아다메스 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아시아 시장 내 메이저리그 구단의 참여 확대와 리그 및 구단의 글로벌 브랜딩 강화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왔고, 이정후를 만나 유소년 야구 클리닉과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래리 베어 구단주는 “당시 한국 방문은 훌륭한 오프시즌의 시작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후와 함께한 시간이 정말 좋았고, 신임 감독인 토니 바이텔로를 비롯해 버스터 포지와 내가 (야구) 클리닉을 진행했고, 한국 기업들도 만났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이종범)도 만났는데 정말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래리 베어 구단주는 올 시즌 우익수를 맡게 된 이정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가 그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고, 팀에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중견수 해리슨 베이더가 있기 때문에 (이정후가) 그 상황을 잘 이해했다. 이정후는 우익수에서도 매우 좋아 보인다. 어제(3월 25일, 술타네스 데 몬테레이와의 시범경기) 스리런포를 날리지 않았나. 이정후는 팀을 위해 뛰고 싶어 할 정도로 아주 훌륭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팬들도 마찬가지로 그를 사랑한다. (어제 홈런으로) 이정후에게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홈런’이 아니고 ‘Hoo Run(후런)’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