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한때 피파 랭킹 2위에도 올랐던 강호였다. 역대 전적에서도 1승 2무 2패로 밀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시절에는 0-5로 대패한 경기도 있었다. 최근 맞대결인 2016년에는 2-1로 승리한 바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낙관론이 흘렀다. 체코는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을 빠르게 통과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월에서야 월드컵 참가가 확정됐다. 이에 월드컵 본선 대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체코는 월드컵 기간 현지에 머물 베이스캠프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같았으면 부족할 것이 없는 장소지만 체코에는 뼈아플 수 있는 위치였다. 다름 아닌 체코와 한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멕시코 과달라하라였기 때문이다. 거리상 멀 뿐만 아니라 해발 고도 문제가 있었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1560m 고지대에 자리잡은 경기장이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고지대에서 신체활동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지대는 기압이 낮아 체내 산소 공급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명보호는 5월 18일부터 미국의 유타주로 떠났다. 과달라하라와 유사한 고도에 위치한 곳에 훈련용 사전 베이스캠프를 잡은 것이다. 이와 달리 체코의 베이스캠프 댈러스는 평균 해발 150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에는 불운이 이어졌다. 경기 전날 훈련을 떠나는 과정에서 버스가 훈련장 진입로에 끼어 1시간가량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선수들이 훈련장까지 걸어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는 아니지만 홍명보호로서는 기분 좋은 해프닝일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경기 당일, 홍명보 감독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라인업을 내놨다. 공격진을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으로 구성했다. 중원에는 백승호(버밍엄 시티)와 황인범(페예노르트), 측면 윙백에는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와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 섰다. 최후방 백3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기혁(강원 FC), 이한범(미트윌란)이 배치됐다. 골문은 김승규(FC 도쿄)가 지켰다. 이 같은 라인업에 대해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체로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다. 직전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가 빠졌다는 점은 의외였다"고 말했다.
양 팀의 대회 첫 일정인 만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전반이었다. 큰 소득은 없었으나 홍명보호는 대부분의 시간, 주도권을 쥐었다. 볼점유율에서 10%가량을 앞섰고 더 많은 슈팅을 때렸다. 다만 결정적인 장면은 많지 않았다.
전반을 내용 면에서 앞섰으나 대표팀은 후반 초반 선제골을 내줬다. 좀처럼 공략에 어려움을 겪던 체코는 그간 강점으로 꼽히던 '높이'로 결정을 지었다. 후반 14분 우측 사이드라인에서 골대 앞으로 향하는 롱스로인을 던졌고 이를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 원더러스)가 곧장 머리로 받아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국가대표 새내기' 이기혁이 함께 뛰어올랐으나 크레이치의 슈팅을 방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중앙 수비수로서 다소 작은 신장(184cm)이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후반 22분, 대표팀의 추격골이 터졌다. 중원에서 이강인이 전방을 향해 침투하는 황인범에게 로빙 패스를 건넸다.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골키퍼와 마주 선 순간 방향을 전환했다. 빈 골대를 향해 로빙 슈팅을 날렸고 상대 골키퍼의 방어를 뚫어냈다.
동점골 이후 엄지성(스완지 시티)과 오현규(베식타스)도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태석과 손흥민이 교체돼 나왔다.
양 팀은 파울을 주고받으며 소강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다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는 황인범에게 패스가 연결됐고 황인범은 골문으로 공을 보냈다. 쇄도하던 오현규가 이를 받아 넣어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걸어 잠그는 선택을 했다. 1골 1도움의 황인범과 백승호가 빠지고 김진규(전북 현대)와 박진섭(저장 FC)이 투입됐다. 대표팀은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김승규의 선방이 있었고 결국 경기를 2-1로 마무리했다.
대표팀으로선 최상의 결과였다. 향후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의 가치는 너무나도 크다. 이렇게 첫 경기부터 승리를 하면 대회 기간 중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오늘 선수들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현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체코가 전혀 준비를 못한 경기였다"면서 "고지대 문제도 있고 체코의 두 번째 경기는 다시 평지로 내려간다. 그때 승부를 보려고 한 것 같다.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에서는 빌드업 플레이도 잘했고 압박 강도도 오늘보다 강했다. 전반부터 우리가 질 것 같지 않은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홍명보 감독의 카드 선택을 짚었다. 그는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흥민을 뺐다. 세계 어느 감독도 쉽게 하지 못하는 선택"이라면서 "홍 감독이 과거에는 안정적인 선택을 주로 했는데 달라진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오현규를 투입한 선택까지 적중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멕시코전이다. 같은 장소에서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열린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강하게 압박을 가하지 않는 체코전은 쉬운 경기였다고 봐야 한다. 멕시코전은 다를 것이다. 압박에 대한 대처 등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