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은 홍명보 감독과 박항서 대한축구협회 월드컵지원단장 등 관계자들이 귀국했다. 선수는 김문환, 김민재, 백승호, 설영우, 오현규, 이강인, 조현우, 황인범, 황희찬이 포함됐다.
이들을 기다린 인파 중에는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 외에도 일부 K리그 구단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포착됐다. 여행차 공항을 찾은 여행객들도 멈춰 서서 현장을 지켜봤다. 휴대폰을 통해 현장을 생중계하는 여러 유튜버들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 측에서는 이용수 부회장이 선수단을 맞이했다.
예고대로 다수의 경찰이 진을 친 상태였다. 이들은 혹시 모를 테러 등을 대비했다. 대기 중인 팬들의 야유나 욕설 등은 제지하지 않았으나 통제 목적의 폴리스 라인을 넘으려 하면 즉각 반응했다. 앞서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복귀할 당시 팬들의 '호박엿 투척'을 경험한 바 있다.
새벽 3시가 넘어가자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현장을 지키던 인파는 홍 감독을 맞이할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붉은악마 인원들에 의해 구호는 '홍명보 꺼져'로 합의됐다. 앞서 일부 팬들이 '홍명보 나가'를 외쳤으나 이미 사퇴를 했다는 의미에서였다. "한국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다수의 팬들이 비난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붉은악마는 운동장에서 응원을 할 때와 같이 확성기와 북까지 준비했다. 이들은 홍 감독을 향한 욕설은 유도하면서도 '선수는 비난하지 말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새벽 4시 도착으로 예고됐던 항공기는 이보다 이른 3시 13분에 도착했다. 항공편 착륙 소식이 알려지자 홍 감독을 향해 빨리 나오라는 외침들이 이어졌다. 간간히 욕설도 섞였다.
착륙 이후 약 40분이 지난 시점,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골키퍼 조현우가 섰다. 홍 감독은 뒤따라 입국장을 통과했다. 입국장은 급격히 뜨거워졌다. 욕설과 야유가 난무했다.

현장이 오직 분노로만 가득 찼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일정이 맞았다는 한 중년의 여행객은 "우짜노"를 연발하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는 말을 남겼다. 버스를 바라보며 "이강인 파이팅"을 연신 외치는 소녀팬도 있었다.
버스는 빠르게 현장을 뜨지 않았다. 일부 인원들이 버스에서 대기했고 개인 차량이 준비되는 대로 차를 갈아탔다. 4시 11분 홍 감독과 일부 관계자를 태운 버스가 떠났다. 팬들은 버스가 떠날 때까지 욕설과 야유를 외쳤다.
허무한 마무리였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최대 이벤트인 월드컵을 마치고 대표팀은 소속팀 복귀를 위해 각자 흩어졌다. 21세기 들어 열린 원정 월드컵에서 별도의 귀국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이나 오물 투척 등 현장 혼란은 없었다. 상황이 마무리된 뒤 인근 흡연실에서는 홍 감독을 지켜보던 인원들이 "누군가 던지면 나도 던지려 했다"며 주머니에서 계란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