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긴급 주거지원금 지급 △대출이자 대납 확대 △전 자치구 상담센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로 확정된 유정복 현 인천시장은 인천 미추홀구 이영훈 구청장(국민의힘 후보 확정)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대출이자 100% 지원, 월세 지원 대책 등을 제시했다. 인천 미추홀구는 10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축왕’ 사건이 벌어진 지역이다.
청년 대상 오피스텔 전세 사기가 다수 발생했던 부산의 박형준 현 시장(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세 보증금 760억 원을 가로챈 ‘정 씨 일가’ 사건 등이 발생한 경기 수원특례시의 이재준 현 시장(더불어민주당 후보 확정) 등 전국 지자체장 후보 상당수가 피해자 이주비 지원, 보증료 전액 지원 등 공약을 제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지자체들의 기존 전세사기 피해 지원 예산 집행이 전반적으로 낮았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선거 국면에서 제시되는 공약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3년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주관 국정감사 당시 인천시는 당해 편성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추경 예산(62억 원)의 실집행률이 0.88%(5556만 원)로 지극히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피해 지원 대상 요건을 완화하면서 관련 예산 규모는 10억 원대로 줄였는데, 2024년 말 기준 48%만 집행되고 나머지는 불용 처리됐다. 2025년 말 기준 서울시의 관련 예산(85억 원) 집행률은 43%, 경기도(40억 원)는 47%를 기록했다. 수원특례시(15억 원) 예산은 26%, 부산(46억 원) 예산은 10.2%만 집행됐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피해자들에게 이사비나 보증금 이자 등 지원은 매우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확보된 관련 예산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닿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별법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만들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얼마나 실제로 집행됐는지 지자체가 반성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공약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한 생계 지원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데 지원 체계상 전달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현장에서 지원 신청을 받는 부서와 실제 집행 부서가 분리돼 있거나 간단한 행정 업무조차 혼선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월세나 이사비 등 긴급 주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이 필수로, 피해자 인정 여부를 가리는 위원회 심사에 3~6개월이 걸려 적기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다가구주택 이중계약 피해자나 임대인이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긴 이른바 ‘신탁 사기’ 피해자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워 지자체 지원 신청 단계부터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장 문제에 대한 보완책 없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선심성 공약을 반복하는 방식은 실효성보다 정치적 효과를 앞세운 대응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특히 현역 지자체장들은 지금까지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다가 선거 국면이 되니 일단 ‘나를 뽑아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간의 낮은 예산 집행률을 보완해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금성 지원 공약부터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유권자를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근본적 제도 개선 요구가 나온다. △공정가치 평가 시 보증금 최저보장액 명시 △불법 건축물 등 사각지대 피해자 포함 △현실 반영 지원 요건 완화 등이 핵심이다. 단순한 이자 지원 수준을 넘어 ‘깡통주택’ 등 제도적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까다로운 행정 요건 탓에 지원에서 배제된 피해자들까지 지원체계에 포함시켜 달라는 취지다.
이러한 요구가 반영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 이달(4월) 중 국회 본회의 최종 통과가 예상된다. 다만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지역 현장에서 실제 구제 효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각 지자체가 추가 예산 확보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인정 절차와 신청·집행 체계를 정비해 집행률을 높일 후속 조치를 병행할지 과제로 남는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