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2월 18일 열린 영화 <우아한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김희애와 <우아한 거짓말>을 함께 찍은 한 스태프의 말이다. 김유정, 김향기 등 대부분 10대 배우들로 채워진 촬영 현장에서 김희애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1년 만에 나선 영화 촬영장이었지만 머뭇거릴 수만은 없었다. 어린 후배 연기자들을 다독이고 스태프들까지 챙겼다. <우아한 거짓말>이 적은 제작비와 빠듯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었던 데는 촬영장 안팎에서의 김희애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우아한 거짓말> 촬영이 끝나자마자 김희애에 관한 ‘소문’은 영화계 전반에 퍼졌다.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제작진이 대부분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이 개봉하자마자 또 다른 영화 <쎄시봉>의 주인공을 맡은 건 김희애를 향한 영화계의 적극적인 구애를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스타 배우들은 자기만의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희애는 정반대였다”며 “촬영장을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연기력 또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자”라고 평했다.
사실 연예계에서 김희애는 ‘희귀한 존재’로 통한다. 1983년 데뷔해 30여 년 동안 스타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스캔들에 한 번도 얽히지 않은 점에서 일단 대중의 호감을 산다. 동시에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인기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이제는 20대의 남자 배우와 파격적인 멜로 연기까지 소화한다. 모두 김희애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왼쪽부터 <밀회>, <우아한 거짓말>
<밀회> 제작진은 드라마를 기획하면서부터 여주인공으로 김희애를 점찍었다. <밀회>의 연출자이자 앞서 김희애가 주연한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안판석 PD와의 신뢰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년 여성과 젊은 남자의 사랑’을 표현하기 적합한 여배우로 김희애 외에 대안이 없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유아인은 “김희애와 사랑을 함께 표현하는 데도 나이는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 자체에 세대 차이가 없고 나이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 김희애와 유아인은 선배와 후배이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나에게 김희애는 그냥 여자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중심에 서 있는 여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녀의 팬”이라며 열띤 지지를 보냈다.
<꽃보다 누나>
김희애가 새삼스럽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출연한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부터다. 윤여정, 김자옥, 이미연과 함께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난 그는 일상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결혼하고 처음이었다. 제작진의 끊임없는 출연 요청을 받고 어렵게 참여를 결정한 그는 예능에서 뜻밖의 모습을 보여줘 호감과 함께 호기심까지 이끌었다.
예능 효과는 상당했다. 베일에 가려 있던 김희애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던 점도 이런 관심에 불을 지폈다. 특히 남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처음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의 남편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두 사람은 1996년 톱스타와 유망 기업인의 결혼으로 화제를 뿌렸다.
김희애는 예능을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빗장을 풀었다. <꽃보다 누나>에 이어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는 “남편을 만나 3개월 만에 결혼하게 됐다”는 사연을 처음 꺼내며 “불꽃처럼 튄 사랑은 아니었고 먼저 신문에 열애설이 나서 기자회견부터 하고 상견례를 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남편의 이름도 정확히 몰랐다는 얘기도 했다. “이찬진이 아닌 이창진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식사를 하고 계산하며 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고 본명을 알았다”고 말했다. 완벽에 가까운 이미지와 달리 ‘허당’ 같은 실제 모습은 대중의 호감으로 이어졌고 다시 주목받는 기회가 됐다.
<꽃보다 누나>에서 <우아한 거짓말>을 거쳐 <밀회>로 이어진 활동에 대해 김희애는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최근 열린 ‘밀회’ 간담회에서 그는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19세 연하와의 멜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건 김희애가 갖고 있는 ‘연기 욕심’의 결과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