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신축건물 전경. 원안은 2012년 2월 신축공사 현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3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1부는 교인 28명이 사랑의교회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앞서 김 아무개 씨 등 교인 28명은 사랑의교회 측이 교회 신축 과정 중 토지를 시가보다 비싼 값으로 매수하고 공사비를 독단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낸 바 있다. 강남 서초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의교회 신축 건물은 지난해 11월 완공됐으며, 총 공사비용은 약 ‘3000억 원’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우리은행-사랑의교회 여신거래 약정서’에 따르면 문제의 600억 원을 대출 받기 2주 전 276억 9000만 원을 먼저 대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교인들은 신축 공사와 관련해 △교회의 각종 재정보고서 △공사 도급계약서 △우리은행 대출 계약서 △수당·활동비 지급내역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중 ‘공사 도급계약서’와 ‘우리은행 대출계약서’를 교인들에게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교회의 회계 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 등사 청구는 교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허용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열람, 등사 청구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장부와 서류에 한해 청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공사 도급계약서와 대출계약서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들은 열람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공사 도급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일요신문>이 입수한 ‘SGMC(Sarang Global Ministry Center) 신축공사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사랑의교회 측은 2011년 8월 31일 쌍용건설과 ‘1049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9월 1일에 공사를 착공하고 2013년 9월 30일까지 준공을 완료한다는 조건이다. 이후 2013년 1월 도급계약은 변경돼 공사비가 1049억 원에서 ‘1128억여 원’으로 늘어난다. 약 79억 원에 공사비가 증가한 셈. 도급계약 변경 사유는 ‘서초역 외부출입구 이설 및 지하연결통로 설치공사 추가’다. 건축 당시 사랑의교회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출입구를 교회 건물 앞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공공재를 사유화한다는 지적이다. 건축이 완료된 현재 사랑의교회는 서초역 3, 4번 출구와 연결돼 있다.
이후 도급계약은 2차와 3차, 4차에 걸쳐서 변경된다. 2차 변경에는 공사 공법 변경으로 공사비가 15억여 원이 줄어들지만, 3차 변경에는 다시 30억여 원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도급 공사비가 약 ‘94억 원’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설계를 독단적으로 바꾸고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늘어난 단서가 잡혔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설계 변경에 따라 건축 과정에서 건축비가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공사비가 늘어나게 된 설계변경 사유도 지적되고 있다. 논란이 된 서초역 출입구 공사뿐만 아니라 설계변경 사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억 원이 늘어난 3차 설계변경 당시 사유는 ‘설계변경 1차’로 나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설계변경인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가처분을 제기한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측 관계자는 “공사 도급계약서만 갖고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도급계약서와 실제 설계도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교회 측에 신축 공사와 관련한 설계도를 공개하도록 요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가처분 신청으로 공사 도급계약서와 함께 공개된 ‘우리은행 대출계약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랑의교회는 2009년 신축 공사 부지를 1174억 원에 사들이면서 금액을 보충하기 위해 해당 부지를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600억 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사랑의교회 신축공사 도급계약이 4차례에 걸쳐 변경되면서 공사비가 약 94억 원이 증액됐다.
당시 대출건과 관련해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대출이다”라는 지적이 교회 내부에서 일었다.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측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기 위해 오정현 목사 측이 정관을 합의 없이 바꾼 일도 있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사문서 위조’를 강행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사랑의교회 측은 “부지 매입이나 건축 관련 사안은 ‘제직회’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직회는 교회 장로, 안수집사 등이 회원이 되는 교회 의결기관이다. 즉 제직회 승인 후 받은 건축 관련 대출이기에 별다른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측은 “제직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고, 교인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생략됐다”고 여전히 의혹을 제기 중이다.
문제는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논란이 된 600억 원 외에 또 다른 대출건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우리은행-사랑의교회 여신거래약정서’에 따르면 600억 원을 대출 받기 2주 전쯤인 2009년 5월 28일 ‘276억 9000만 원’을 먼저 대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대출은 공사 부지가 아닌 오 목사 명의로 된 교회 정기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담보로 잡힌 교회 정기 예금 목록은 총 21개다. 사랑의교회 내부 관계자는 “교회가 관리하는 계좌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목돈이 예금된 것만 골라서 담보로 잡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의문점이 남아 있는 것은 276억 9000만 원의 행방이다. 사랑의교회 한 관계자는 “600억 원 대출 사실은 이전부터 돌았어도 276억 9000만 원 대출은 교회에서 아무도 몰랐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대출이 교회 윗선에서 비밀리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600억 원을 대출 받기 직전에 대출이 이뤄진 것을 근거로 이 역시 교회 신축 부지 매입에 투입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다. 고액의 부지 매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보니 서둘러 자금을 끌어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200억 원이 넘는 대출액의 행방은 추측만 무성할 뿐 현재까지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사랑의교회 커뮤니케이션 센터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기자와의 통화를 끊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 역시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대출금의 승인과 행방이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공금인 교회 정기 예금을 담보로 은밀한 대출을 했다는 논란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검찰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는 전언도 들리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주 오정현 목사를 소환해 비밀리에 조사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7월 ‘사랑넷(사랑의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와 소통의 네트워크)’ 회원들로부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현재 오 목사와 관련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처분 소송 이후로 검찰 조사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높다. 사랑의교회 신축에 제기되는 여러 의혹과 오 목사를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끝없는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