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거액의 FA 몸값을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박찬호가 2002년 5년간 총액 6500만 달러를 받고 FA 계약을 맺었다가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FA 계약으로 꼽혔던 일화가 있다. 추신수도 텍사스 레인저스를 택하면서 그런 시선들로 인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자에게 “모든 건 자기 하기 나름이다. 박찬호 선배님이 이 팀에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셨지만,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고, 내가 잘해서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시범경기를 앞둔 상태에서 추신수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그 영향 때문인지 19경기에서 타율 0.161을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당시 추신수는 겉으론 멀쩡한 척했지만 시즌을 앞두고 좀처럼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팔꿈치 통증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더욱이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자, 성급한 일부 텍사스 팬들은 추신수를 향해 ‘먹튀’ 운운하며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추신수는 “FA 되기 전에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부상과 저조한 성적을 올릴까봐 근심이 끊이질 않았다면 FA 이후에는 받은 만큼 몸값을 못할까봐 또 다른 걱정이 생기더라”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그런 모든 우려의 시선을 개막 후 두 번째 경기부터 성적으로 뛰어 넘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지난 3월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불펜 난조로 승을 놓치긴 했지만 지난 3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원정 본토 개막전에서도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더욱이 4일만 쉰 다음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하는 등 부상으로 빠진 커쇼 자리를 든든히 지키며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소화해냈다.
추신수가 끝내기 볼넷을 성공시킨 후 1루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류현진과 절친 유리베가 류현진 버블헤드 인형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류현진은 호주 원정 때 발톱이 들리는 부상을 입었다. 피가 양말을 젖게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는데 미국으로 돌아와 발톱을 자른 다음부터는 뛰어난 회복 능력을 선보이며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발톱 부상 후 류현진은 “통증이 너무 심해 더 이상 등판할 수조차 어려울 정도였지만, 비싼 티켓을 구입해 경기장을 찾아주신 호주의 한인 분들을 생각하면 다음 이닝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강점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다. 자신이 애써 잘 지켜온 마운드를 불펜투수에게 물려주고 내려가자마자 홈런과 안타로 실점을 올려도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한다. 불펜 탓을 하는 건 비겁한 짓”이라는 말로 팀 동료들을 감싸 안는다. 지난해 14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시즌 중반까지 ‘불쇼’를 선보인 다저스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를 날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남의 탓’을 하지 않는 돋보이는 마인드를 내보였다.
이에 대해 류현진의 스승인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한화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게 현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불펜에서 방화하는 걸 한두 번 경험한 선수가 아니지 않나. 더욱이 한화에서 혼자서 경기를 책임져야 했던 경험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대견해 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