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한자를 외워도 곧잘 잊어버린다”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외우는 방법을 알고 싶다”
평소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지은이는 한자를 조각조각 해체해 그 뜻을 살핀다. 단지 음훈만 외우고 지나치지 않고 속뜻을 알고 가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보면 보이는 우리말 한자>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한자들을 가려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풀어낸 책이다. 본문에 있는 예 하나만 살피고 가보자.
醉(술취할 취)자는 酉(술, 익을 유)와 엉성한 갑옷의 뜻을 지닌 卒(병사 졸)을 더해 만든 글자. 즉 ‘술을 많이 마시고 졸(卒)이 됐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지은이는 우리말에서 유래된 한자들을 소개한다. 보통 한자라고 하면 중국에서 쓰이다가 우리나라로 전해졌다고 알고 있다. 지은이는 반대로 우리말에서 그 음이 붙여진 것들도 있다고 말한다.
동녘 동(東)은 우리말 ‘동여매다, 동그랗다, 동이 트다’에서 유래됐다. ‘동그랗게 동여맨 보따리의 모습’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 이밖에도 ‘철들다’, ‘거북이’, ‘기러기’. 한자와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우리말들이 ‘우리말 한자’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철들다’의 屮(싹틀 철)자는 얼어붙은 땅에서 새싹이 돋은 모양을 나타낸 상형자다. ‘철을 안다’는 것은 곧 스스로 때를 알고 묵은 껍질을 벗어버리는 모양새를 뜻한다.
‘거북이’의 이름 역시 ‘구복(龜卜)’이라는 거북이 등을 이용해 점을 본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다. 우리 선조들은 구복을 간편하게 居卜(거복)이라고 썼다. ‘점을 칠 때(卜) 의지하다(居)’는 이름을 거북이에 그대로 붙여서 쓰면서 거북이의 이름이 정해졌다는 얘기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이뤄졌다. ‘보이는 대로 그린 글자’, ‘보면 보이는 글자’, ‘보아야 알고 알아야 보이는 글자’, ‘아직 묶지 못한 글자들’이라는 분류 아래 한자들을 묶었다.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한자의 유래가 궁금해질 때 펴보면 좋을 듯하다.
장의균 지음. 개마서원. 정가 3만 원.
서윤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