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미드필더 한 자리씩 남아
홍명보호는 ‘멀티 플레이’에 시선을 두고 있다. 최소 2~3군데 포지션은 소화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본래 포지션에 충실해야 하는 건 기본. 혹여 다른 임무를 부여받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 축구에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안긴 2012 런던올림픽 때도 홍 감독은 올림픽 최종엔트리가 18명에 불과하기에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에게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것을 강조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홍 감독은 얼마 전까지 “90% 이상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구상했다”고 했다. 23명 가운데 10%는 많아야 3명에 불과하다. 미드필더 한 자리와 수비진 한 자리가 비어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명보호의 기본 포메이션이 4-2-3-1 시스템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포백 수비진을 살필 필요가 있다. 베스트 멤버 4명은 거의 확정됐다. 왼쪽 풀백에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가 배치되고, 중앙 수비진에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포진한다. 주전 오른쪽 풀백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이용(울산 현대)이 유력한 상황이다.
백업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런저런 말은 많은데 쉽게 정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김진수와 포지션 경쟁을 할 선수로는 박주호(마인츠05)가 유력하지만 청소년대표팀부터 함께 하며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로 통했던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고참 수비수로 홍 감독이 역설한 ‘베테랑의 중요성’에 따라 곽태휘(알 힐랄)도 승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남은 중앙수비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런던올림픽 당시 깜짝 발탁된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일단 유력해 보인다. 그 역시 ‘멀티 플레이’가 강점으로 꼽힌다. 황석호는 중앙수비는 물론, 오른쪽 풀백도 소화할 수 있다. 유력한 오른쪽 풀백으로 차두리(FC서울)도 꾸준히 거론되지만 황석호가 최종엔트리에서 어느 포지션에 포진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홍 감독은 박진포(성남FC) 등도 점검했지만 100%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최종적으로 명단을 정하지 못한 미드필드에서도 역시 화두는 ‘멀티’다. 그 중에서도 기성용(선덜랜드)의 짝이 핵심이다. 기성용과 함께 기존에는 ‘독도남’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유력해 보였지만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아쉽다. 한 유력 축구인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2년 전 런던올림픽 때와 지금의 박종우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력을 떠나 축구에 대한 절박감이나 절실함이 많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홍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과거부터 항상 ‘겉멋이 든’ 선수들을 용인하지 않았다. 입에서 나오는 절실함이나 절박감이 아닌,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에서 간절함이 느껴지는 걸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박종우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멀티 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공격적이면서도 수비적인 플레이에도 능한 하대성(베이징궈안), 중앙수비를 책임질 수 있으면서도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가 가능한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이 부각된다. 물론 왼쪽 풀백 박주호도 미드필드를 책임질 수 있어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포지션은 정해졌나?
마찬가지로 원톱은 박주영(왓포드)과 김신욱(울산 현대)으로 거의 굳어진 모양새다. 그런데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좌우 날개에는 변화가 나올 수 있다. 여기서도 핵심은 ‘다용도 포지션’이 된다. 좌우 윙포워드로 유력한 카드는 손흥민(바이엘 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인데, 역시 날개로 활용할 만한 선수들은 꽤 있다. 비슷한 경쟁력이라 하면 역시 최소 2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가 중용된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대표적이다. 원톱의 뒤를 받칠 주전으로 구자철(마인츠05)이 있지만 김보경도 왼쪽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다. 물론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을 커버한다면 이근호(상주 상무)도 있고, 남태희(레퀴야) 역시 백업으로는 충분하다. 남태희도 김보경처럼 중원의 공격형 옵션 3자리를 두루 채울 수 있고, 이근호의 경우에는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다. 홍명보호가 원톱에서 투톱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이근호만큼 적절한 공격수는 없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측면과 전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K리그를 누비는 국내파의 경쟁력이 해외파와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기선 해외파의 능력이 국내파보다 월등해서가 아닌, ‘경험’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소속 팀에서 꾸준히 실전에 나섰든,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길었든 다국적 선수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알게 모르게 국제 축구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는 사실은 국내파에게는 없는 확실한 무기가 된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해외파가 부각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