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의 자진사퇴를 두고 갖가지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허구연 위원이 기자에게 물어본 것처럼 김 감독은 왜 시즌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상태에서 과감히 사표를 던진 것일까. 허 위원은 진정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몰라서 기자에게 물어본 것일까.
지난 주 한 야구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 배경에는 평소 돈독한 스승과 제자로 알려진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존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시즌 LG가 성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을 대신해 김성근 감독과 접촉했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것. 더욱이 김성근 감독을 지지하는 야구인들과 기자들이 김성근 감독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김기태 감독을 자극하고 압박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은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감독과 프런트의 불신에서 온 최악의 사태였다”면서 “김 감독은 사퇴 후에도 어쩌면 구단의 태도를 지켜보며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LG가 김 감독의 사퇴 후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결국 김 감독은 구단의 변화 없는 행동에 실망을 느껴 모든 걸 단념하고 최근에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
김성근 고양 감독
“구단이 김 감독을 잡을 의지가 있었다면 사퇴 직후에 적극적으로 만류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구단은 그런 의지가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현재 야구계에선 LG 감독 후보군이 나돌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전 감독이다. 하지만 두 지도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와 올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상태이고, 시즌 중에 고양원더스를 그만두고 프로팀으로 옮길 경우 원더스란 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미국으로 떠나면서 기자한테 짧은 인사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만나면 꼭 소주 한잔 하시지요.’ 김기태 감독다운 이별이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