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선 박영선 원내대표가 머지않아 온건파인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은 5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영선 대표. 작은 사진은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임명된 김현미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책수석이 법을 관리하는 자리인데 원내에서 당연히 파워가 있지 않겠나.”
김현미 의원이 맡게 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를 보좌해 각 상임위에서 나오는 법안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책수석 자리가 원내에서 김영록 수석부대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의 말을 들어보자.
“원내수석부대표의 역할 중 대부분이 상임위 회기 중 당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상임위원들과 협상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그 협상을 최종 총괄하는 것이 원내대표다. 정책수석이 상임위 법안 조율을 전담하면 수석부대표가 할 역할이 많지 않다. 김현미 정책수석이 상임위 법안을 조율하고 김영록 수석부대표가 여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하는데 내용상으로만 따져 보면 원내에서 하는 역할의 대부분을 김현미 정책수석이 하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원내대표와 김 정책수석은 17대 국회에서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김 의원이 두 살 많은 박 의원에게 사석에서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다.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 당시 문희상 의장 밑에서 박영선 의원은 비서실장을, 김현미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특히 두 의원은 이명박(MB) 정권 때 함께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MB 정권 이후 BBK 건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고소당하며 힘든 시기를 겪은 애틋한 동지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과거와 달리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재선으로 19대에 국회에 들어온 김현미 의원은 예전처럼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BBK 고소 건으로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보좌관들끼리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박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서면서 ‘절친’ 김 의원도 다시 전장으로 나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취약한 박 의원이 최측근인 김 의원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박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의 표를 받았고 호남의 대부 격인 박지원 의원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박영선 의원 자체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그의 강경한 이미지가 당내 분란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영선 의원은 ‘더 좋은 미래’와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지지표를 어필했다고 한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초선의원 측은 “박 의원을 밀어준 의원들이 대부분 더 좋은 미래와 을지로위원회 소속이었다. 이번에 을지로위원회가 앞으로 나서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며 “경선 당일 아침 초선의원들이 모여서 박 의원을 밀어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초선의원이 ‘라인’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 뭉쳐야만 그나마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인데 이번도 박 의원을 따르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이해관계에 의해 우르르 지지했던 면이 크다”고 귀띔했다.
경선 때 박 의원의 지지표가 일종의 ‘부동층의 단기 결집’으로 나타나면서 박 의원이 향후 당내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지기반 조성 과업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김현미 의원이 맡은 정책수석과 세월호국조특위 간사 자리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원내를 이끌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할 ‘요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정치 관계자는 “여야의 싸움은 결국 법이 도구가 되는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법을 가지고 싸우려면 곁에서 정책 총괄자가 뒷받침돼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번 김현미 의원의 자리는 박 원내대표의 활동을 보다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박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온건파인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각 계파와 지역을 고려해 원내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우원식 김광진 김기준 진선미 등 대부분 온건한 지도부에 불만이 있었던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을 전진배치하면서 박 원내대표의 ‘강한 야당’ 타깃이 당 지도부를 향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원내대표 2차 경선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김한길계 표가 모였던 것도 박 원내대표의 목소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박 원내대표가 당에서 조용한 것은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이다. 원내대표가 될 때 도와준 계파 중 온건파의 표가 있긴 했지만 예결위나 주요 상임위에 몇 명 배정해주고나면 보답은 대부분 끝나는 것이 관행”이라며 “머잖아 박 원내대표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