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리 왕자가 열두 명의 미국 여성들과 함께 5주 동안 생활하면서 마음에 드는 신붓감을 고른다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모두 여덟 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진짜 해리 왕자가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닮은꼴 영국 청년이 해리 왕자로 분해 연기를 펼칠 뿐이다. 무엇보다도 여성 출연자들 전원이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상태에서 쇼가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해리 왕자와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던 여성들이 쇼 막바지에 이르러 ‘가짜 왕자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에 빠지거나 울면서 허탈해 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쇼의 압권이 될 것이라고 방송 관계자는 전했다.
해리 왕자로 분한 청년은 영국에서 사우샘프턴대학을 갓 졸업한 매튜 힉스(24)라는 청년이었다. 현재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지만 해리 왕자를 닮은 외모 때문에 지금까지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거나 영국 TV방송에 출연하는 등 해리 왕자 닮은꼴로 여러 차례 활동한 바 있다. 단 하나 해리 왕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 색깔이다. 해리 왕자의 머리칼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반면, 힉스는 금발이다. 때문에 그는 이번 쇼에서 머리를 붉은 색으로 염색했다.
완벽하게 해리 왕자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은 머리 염색에만 그치지 않았다. 촬영 기간 내내 보디가드를 거느리고 다니거나 왕실 리무진을 이용했는가 하면, 심지어 가짜 파파라치도 고용했다. 또한 승마, 폴로, 라틴어, 무도회 댄스, 사격, 왕실 예절 등을 꼼꼼히 배웠으며, 해리 왕자의 친구 관계, 과거 스캔들, 주로 가는 곳, 전 여친들에 대해서도 달달 외우는 등 완벽하게 해리 왕자로 빙의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TV 비평가인 빌 만은 “지금까지 본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저질”이라며 “대체 어떤 멍청한 여자들이 해리 왕자가 TV 방송을 통해 신붓감을 구한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말인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비극으로 치닫는 스토리를 좋아하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모양. 현재 이 프로그램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제를 일으키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