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KB금융지주를 LI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KB금융지주의 배타적 협상기간은 2주이며, 그 기간에 인수협상이 마무리되면 LIG손보는 KB금융지주의 12번째 계열사로 편입된다.
협상대상자 2순위는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LIG손보 경영권 지분 19.83% 인수를 위해 KB금융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64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 면에서는 롯데손보가 제시한 가격에 비해 낮지만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인수 이후 시너지를 감안해 골드만삭스 등이 KB금융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보고펀드도 본입찰 인수 제안가격이 6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은 지난 3월 LIG손보 인수전에 참가한 뒤 임영록 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변경계획 과정에서 내분과 금융당국 징계 등으로 후보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도 높았다.
금융당국 측은 “승인 여부는 KB금융지주의 경영 상태와 지주사가 그동안 자회사를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대한 경영실태 등급을 평가한다”며 “기관 경고를 받으면 경영실태등급에 마이너스 요인은 되지만, 기관 경고가 인수 무산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역시 “LIG손보가 계열사로 들어오면 3차례나 좌절된 KB금융의 인수합병(M&A) 저주도 풀린다. 각종 사고, 내홍사태 등으로 안팎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이 희소식은 전 직원의 사기를 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손보와 합병으로 삼성화재에 이어 손보업계 점유율 2위로 도약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롯데그룹은 결국 인수가 무산되고 말았다.
롯데그룹의 금융사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과 노조의 반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대한화재(현 롯데손보)를 인수해 보험업을 키우려고 노력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또한 지난달 롯데그룹이 LIG손보 인수한다는 말이 나오자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의 현금 사내보유율은 국내 재벌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원 급여 및 복리후생은 열악하고 비정규직 비율 역시 높은 수준”이라며 “아무리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더라도 롯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안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한편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한다면 해체된 우리금융 이후 두 번째로 자산 400조 원대 대형 금융지주로 거듭나 명실상부 자산 1위 금융지주가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