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18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대구 팔달시장을 찾아 민생투어를 벌였다. 국회사진기자단 | ||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의 한 관계자가 “가부장적 정서가 강한 이 지역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힘에 의해 직무정지 당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자 기존의 ‘반 노무현’ 정서를 감소시킨 반면 지역 맹주를 자처해온 한나라당 후보들을 비난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할 정도다. 반면 급상승한 지지도에 고무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이번 총선에서 TK지역 한나라당 벽을 허물어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 12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대구 <매일신문>에서 TK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란 질문에 열린우리당 18.9%, 무소속 17.6%, 한나라당 14.5%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TK지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정당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 31.6%, 한나라당 20.4%로 나타나 판세가 역전됐음을 보여줬다.
지난 17일 보도된 〈조선일보〉·갤럽의 여론조사에선 TK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32.5%의 지지도를, 한나라당이 27.0%의 지지도를 얻었다.
〈조선일보〉·갤럽이 탄핵안 가결 이전인 지난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26.1%, 열린우리당 17.4%의 순으로 나왔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과다. 과연 한나라당의 ‘TK 불패신화’에 금이 가고 있는 걸까.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이 공개되면서 열린우리당은 TK지역에서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에 고무돼 있지만 총선 전 불거질 수 있는 ‘역풍’에 대한 예측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언론에서 열린우리당이 대구 지역에서 승리할 것이란 보도가 자꾸 나가는 게 그쪽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고 밝힌다. TK지역 유권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반 노무현’ 정서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TK지역에서 불지 모르는 ‘반노’ 정서에 기반한 ‘역풍’ 출현 가능성에 대해 내심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열린우리당 대구시지부 관계자는 “수만 인파가 모여서 치르는 촛불집회나 탄핵 역풍 정서가 계속 보도되는 것이 TK지역 유권자들을 자극할 경우 오히려 친 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의원을 총선 간판으로 내세우려는 배경 중에는 흔들리는 TK지역 민심을 다잡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시각. TK지역 민심이 다시 ‘반 노무현’ 정서로 표출될 경우 이는 곧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막으려는 전국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현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TK지역에서 반 노무현 기류가 다시 힘을 받는다 해도 이것이 한나라당의 표로 온전히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지역 정객들의 관측이다.
여론과 지역 정서 속에서 갈등하는 TK 민심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 대신 제3후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
실제로 최근 TK지역 정가에선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대구지역의 백승홍 의원(서)과 박철언 전 의원(수성 갑) 등 무소속 후보 7명은 지난 18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희망연대’(가칭)를 구성했다. 여기에는 권용범 벤처협회장(달서 을), 박영규 달서 미래연구소장(달서 갑) 등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무소속 인사들이 동참했으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승국(대구 북 갑), 박시균 의원(경북 영주)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박시균 의원은 “총선 후 정계개편에 대비하기 위해 연대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 ‘주적’이 한나라당임을 분명히 했다.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언론인은 “이들 무소속 인사들의 당선 가능성이 설령 높지 않다해도 한나라당 후보들을 상대로 선거전을 펼치는 만큼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듯 TK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여론의 우위를 바탕으로 바람을 일으킬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친근함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TK
지역에서의 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앞서고는 있지만 TK 지역 각 선거구에서의 열린우리당 후보자들 개개인 경쟁력만 놓고 보면 아직 알 수 없다”며 “탄핵 역풍에 기대는 것을 자제하고 유권자 속으로 파고들어 친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나라당 세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TK지역 한 의원은 “여론조사의 무응답층이 많은 점을 눈여겨보라”면서 “여론 때문에 억눌려 있던 이들의 표심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나라당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한나라당의 영원한 ‘텃밭’으로 각인돼 온 TK 지역에 열린우리당이 ‘노란 깃발을 휘날리며’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