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도 강호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어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12시간이라는 시차를 극복해야하는 것은 선수들뿐만 아니다.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국민들도 시차때문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경기를 보기 위해 준비하면서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있다.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시청하는 것은 자칫 건강에 무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1월 영국 서레이수면연구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자던 사람이 수면 패턴을 바꾸면 유전자 발현 리듬에 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팀은 근무시간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꾼 근로자 22명의 신체변화를 조사한 결과 야간근무가 세포를 구성하는 생체분자를 붕괴 및 혼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주간에 근무를 하고 밤에 잠을 자는 근무자의 혈액검사 결과 전체 유전자 중 약 6%만 낮의 특정시간에 왕성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밤에 깨어있는 근로자의 경우 유전자의 97% 이상이 수면시간을 놓치자 혼돈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월드컵 응원탓에 낮에 일하던 사람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TV시청을 계속하는 경우 유전자 발현의 자연적 주기가 엄청난 혼란과 붕괴를 겪게 되어 성격이 민감해지거나 불평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인체는 보통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잠을 자는 생활에 맞춰져 있다. 이를 흔히 생체시계라고 한다. 우리 체내의 생체시계는 수면과 면역을 관장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유지가 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면 분비가 늘어나고 한밤중이 되면 낮보다 약 10∼50배 이상 분비가 증가한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동안 내내 이어지는 축구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잠을 설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최근 때이르게 찾아온 초여름 날씨와 장마로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서 면역력은 더욱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특히 체력이 약하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신체적 변화나 질병뿐만 아니라 불면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까지 야기 시킬 수도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개 1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축구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서 잠을 설치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했다면 반드시 부족한 잠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연이어 새벽시간에 경기를 시청하는 것은 인체에 더욱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경기만 시청하는 것이 좋다.
밤은 낮 시간에 비해 인체활동이 줄어들어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한밤중에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움직임이 낮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치킨이나 피자 같은 야식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야식들은 대부분 고열량, 고칼로리의 음식들이기 때문에 흔하게 위장 장애가 발생한다. 따라서 새벽에 축구경기를 시청할 경우 야식을 먹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부득이 야식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과일이나 열량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고 과식은 피해야 한다.
또 음식을 섭취한 이후에는 적절한 운동이나 움직임을 통해 소화를 돕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2시간에 가까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쏟아지는 잠을 쫓아내려고 찾는 것이 바로 인스턴트 커피다. 새벽에 고 카페인의 커피나 탄산음료, 맥주 등을 마실 경우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은 물론 소화 장애 등의 위장장애와 더불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경기 후 출근이나 일상생활을 바로 해야한다면 음주나 흡연은 금해야한다. 인스턴트 커피 대신 녹차나 허브차 등을 섭취하는 것이 식욕억제와 피로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보통 전반이 끝나거나 경기 후 다음 경기까지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엎드려 자거나 앉은 채로 잠을 자는 것은 허리나 관절에 무리를 주거나 정상적인 소화를 막고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야식을 먹고 바로 자거나 나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오히려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을 통해서 정상적인 인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월드컵 응원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잠을 설친 다음날은 되도록 시청을 미루고 최소 6시간 이상 충분한 잠을 자서 피로를 풀어주어야 한다.
또 기상시간이나 식사시간 등을 평소와 다름없이 지켜 생체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피로를 느낀다면 15∼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30분 이상 자는 것은 오히려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절해야 한다.
갑자기 생체리듬이 깨어지면 잠자리에 들어도 오히려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억지로 잠자리에 누워있기 보다는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 등으로 피로를 풀어주고 다시 잠을 청해보는 것이 좋다.
수면이 충분치 못할 경우 식욕에도 영향을 미며 식욕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식욕이 왕성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새벽에 일어나 응원을 한 이후에는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위주로 섭취를 하여 소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피로와 무기력감을 겪게 된다면 단순 피로가 아닌 다른 원인 질병을 의심해볼 수 있기때문에 신속히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강동완 과장은 “늦은 밤 또는 새벽 TV로 경기를 보면서 전등을 너무 밝게 켜두면 생체리듬이 깨지기 쉽기때문에 조명 밝기를 조금 어둡게 조절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새벽시간 오랜 TV시청으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등 건강관리가 필요한 분들은 지나친 흥분을 자제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TV시청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