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대표팀이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첫 공식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축구계 일각에서는 이런 무관심이 조금은(?) 외진 지역에서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담금질을 진행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베이스캠프로 선택한 포스 도 이구아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천혜의 자연 경관인 이구아수 폭포가 있어 최적의 환경을 자랑했지만 월드컵 붐을 느끼기에는 확실히 부족했다. 오랫동안 브라질 내에서 대회 개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던 탓에 전체적으로 흥행이 저조하다는 인상도 짙었지만 그래도 대도시는 대회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열기가 달아오른 반면, 이구아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저 수많은 관광객들이 거쳐 가는 유명한 관광 도시였다.
상대국 취재진은 거의 볼 수 없었고, 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상대국 팬들이 월드컵 관전을 위해 브라질을 찾았다가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오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벨기에-러시아-알제리 등 상대국들은 물론, 상당수 출전 국가들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상파울루와 인근 중소도시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대회에 임했다. 상파울루 등지에서는 악명 높은 교통 혼잡이 극에 달했고, 브라질의 고질병인 불안한 치안이 계속 이어졌지만 여기에는 브라질을 비롯한 외신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었다. 한국의 훈련 캠프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있어 아무래도 관심 밖의 대상이 될 소지가 컸다.
물론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브라질을 찾아 아시아 출전국과 관련한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잉글랜드의 한 방송사 취재진은 “솔직히 이구아수에서 월드컵 냄새를 맡기는 어렵다. 상파울루나 브라질리아, 리우 데 자네이루 등 대도시에서는 월드컵 열기 70%, 반대 30% 정도로 나름 월드컵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확실히 조용한 곳에서 교통체증 등 축구 외적인 사안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다”고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이구아수의 대접 역시 나쁘지 않았다. 비록 월드컵 개최도시는 아니었어도 베이스캠프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여유로움을 갖춘 채 최선을 다하는 자세였다. 매사 성심성의껏 태극전사들을 도왔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각종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이구아수 시 당국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팀이 필요한 모든 것을 확보해주며 대표팀을 도와주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은 모든 월드컵 여정이 끝난 뒤, 대회 성적을 떠나 이구아수에 되돌아와 조촐한 송별회를 갖는다. 대회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똑같다. 그것이 우리를 환대하고 도와준 이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