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네이마르 다 실바(오른쪽)가 13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개막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현재 FIFA 랭킹 최하위는 207위의 부탄, 산마리노 등의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축구를 좀 한다 하는 나라가 일단 207개국이다. 이 중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국가는 얼마나 될까. 단 8개국에 불과하다. 축구도 강자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스포츠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 200여 국가가 참여했지만 우승컵은 오직 8개국만이 들어 올렸고 나머지는 들러리였다.
최다 우승(5회)에 빛나는 브라질과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4회), 독일(3회)이 상위 최강 클래스다. 월드컵 초창기 강세를 보였던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두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등이 한 번씩 정상의 짜릿함을 맛봤다. 결승에 올라본 국가도 12개국에 불과하다. 역대 최다 준우승팀은 독일(4회). 네덜란드(3회)가 뒤를 잇고 있다. 약육강식의 강자가 지배하는 축구계의 생존법칙이 지금까지 별로 틀린 점이 없다고 할 때 앞서 언급한 우승경험 국가가 이번 대회에도 1순위 FIFA컵 쟁취후보들이다.
여기에다 월드컵은 개최 대륙에서 계속 우승팀이 나왔다는 ‘법칙’을 적용하면 그 범위는 또 좁아진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열렸던 2010년 남아공과 2002년 한일 대회는 개최대륙 국가의 실력이 우승에는 근접할 만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예외로 한다. 그리고 축구의 진정한 전설 펠레(브라질)가 그라운드를 평정했던 1958년 스웨덴 대회를 제외하면 모두 개최국이 속한 대륙에서 나왔다. 이 법칙 때문에 2014년 월드컵의 우승팀 예상 1순위는 역시 브라질이다. 상위 클래스 8개국이 우승을 차지해왔던 점과 개최대륙 우승 법칙 등의 ‘산술적’ 기준을 놓고 보면 브라질이 가장 강력한 ‘원톱’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전 세계 26개국 1만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FIFA 월드컵 인식조사’ 결과 세계인이 꼽은 유력한 월드컵 우승국가는 브라질이 꼽혔다. 브라질은 전체 39%로 1위에 올랐으며, 이어 스페인(14%), 독일(9%), 아르헨티나(8%)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전망됐다.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의 우승 확률이 무려 48.5%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결승전 상대로는 14.1% 확률로 아르헨티나를 꼽았다. 이번 보고서는 1960년 이후 약 1만 6000개 국가대표 경기 통계를 근거로 작성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이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미 틀렸던 경험이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드만삭스는 26.6% 확률로 브라질의 우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브라질은 8강에서 무너졌다. 우승팀은 확률 15.7%에 불과했던 스페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네덜란드의 아르옌 로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가 52개국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브라질이 독일을 제치고 우승과 최다 득점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금융회사 139곳에서 일하는 171명의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우승 예상 순위 및 최다 득점순위에서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과 아르헨티나를 완전히 따돌렸다고 전했다.
이처럼 말로만 예측해서 우승하면 얼마나 좋을까. 브라질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가장 강력한 태클이 바로 개최국 징크스다. 월드컵 대회를 통틀어 개최국이 우승컵을 품는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몇 번 없었다. 2010년 남아공대회까지 19번의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우승한 적은 여섯 차례에 불과하다. 1930년 우루과이, 1934년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 1974년 서독, 1978년 아르헨티나, 1998년 프랑스뿐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프랑스만이 개최국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982년 스페인, 1990년 이탈리아, 2006년 독일 등은 우승 후보였지만 자국에서 열린 대회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브라질 역시 1950년 대회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개최국 우승에 실패했다.
브라질 팬들의 축구사랑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경기장에서 흥분한 팬들이 심판을 참수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자국팀이라고 해도 경기력이 엉망이면 어김없이 야유가 쏟아진다. 웬만한 강심장 선수들도 홈팀 어드밴티지보다 응원하는 팬들에 주눅 들기 마련이다. 브라질이 멕시코와 예선 2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할 때 프레드 선수가 교체되면서 홈팬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홈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아무리 스타급 선수들이라도 얼어붙기 마련이다. 이런 극심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브라질의 정상적인 경기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여기에다 ‘펠레의 저주’는 덤이다. ‘축구 황제’ 펠레는 그동안 여러 번 월드컵 우승국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빗나갔고, 그가 점찍은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생겼다. 펠레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독일 스페인과 함께 또 다시 브라질을 들먹였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이탈리아, 칠레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펠레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 스포츠 베팅업체들은 브라질의 우승 배당률을 가장 낮게 설정, 브라질이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홈 이점, 기후, 자국 관중, 최근 전적 등을 고려할 때 브라질을 무시한 베팅을 하기는 좀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이번 대회서 브라질의 우승 배당률은 최대 3에 불과해 브라질 우승에 돈을 거는 사람은 우승팀을 맞히더라도 기껏해야 세 배의 액수만 돌려받을 수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초반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1-2로 패한 이탈리아전 모습.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는 독일이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이를 ‘펠레의 저주’를 의식한 ‘마라도나의 조국에 대한 배려’로 보고 있다. 최근 주춤했다지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는 불세출의 슈퍼스타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등이 공격을 이끈다. 여기에 앙헬 디 마리아(레알 마드리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 등이 받치는 진용은 월드 클래스 중의 최정상이다. 개최대륙의 우승 법칙에도 해당되고 개최국 징크스에도 한 발짝 떨어져 있어 브라질보다 오히려 아르헨티나가 받는 압박은 덜한 편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후보로 아르헨티나(FIFA 랭킹 5위)를 꼽았다. ESPN은 월드컵 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스페인) 에버턴 감독, 질베르토 실바, 히바우두(이상 브라질), 루드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 미하엘 발락(독일) 등 축구 전문가들과 이번 월드컵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 10명 중 3명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선택했다. 이 밖에 개최국인 브라질(3위)과 지난 대회 우승국인 스페인(1위), 우루과이(7위) 등이 1표씩을 얻었다.
아르헨티나의 간판 공격수 리오넬 메시.
여기에 2회 우승전력의 우루과이가 있지만 첫 경기에서 수아레스가 결장하자 코스타리카에 3-1로 패배하며 기복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콜롬비아 등이 오히려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은 편이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을 전망이다.
브라질이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때 펠레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딱 한 번 개최대륙 우승의 법칙이 깨진 적이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이 법칙을 깨기 위해 다시 도전한다. 피파온라인 등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최근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독일과 브라질이 결승에서 만나 독일이 2-1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드컵 개막에 앞서 세계적인 베팅업체 윌리엄힐은 브라질 4배, 아르헨티나 5.5배, 독일 6.5배 순으로 배당률을 매겼다. 일단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이 ‘3강’을 이루는 형국이다.
유럽대륙을 놓고 보면 독일과 함께 이탈리아의 선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탈리아의 최대 강점은 ‘신구 조화’다. 안드레아 피를로와 잔루이지 부폰(이상 유벤투스) 등의 노장들이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고, 마리오 발로텔리(AC 밀란)·주세페 로시(피오렌티나)·스테판 엘 샤라위(AC 밀란) 등 신예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하며 공수에서 탄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승경험이 많고, 축구에 대한 열정과 멘탈이 강한 이탈리아가 ‘4강’을 형성하며 우승에 도전할 전망이다. 여기에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대파한 네덜란드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끈 벤제마를 앞세운 프랑스 등이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우승팀 예상은 대체로 브라질의 ‘원톱’으로 모아진다. ‘브라질이 우승하느냐, 아니냐’라는 문제만 있을 뿐 나머지는 예상외의 우승이라는 꼬리표만 붙을 전망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출전국 우승 배당률 살펴보니 ‘꼴찌’ 온두라스 2929배 러시아를 상대로 골을 넣은 이근호(11)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러시아전 경기력이 반영됨과 동시에 조별리그를 치른 다른 팀들의 배당률이 현실적으로 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주일 전 우승 배당률이 가장 높았던 코스타리카는 우루과이전 3-1 승리 이후 배당률이 20% 수준으로 급감, 전체 순위도 32위에서 24위로 급상승했다. 반대로 17위였던 일본은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배당률이 2배나 상승한 304배를 기록, 21위로 4계단이 떨어졌다. 우승권 순위에도 작은 변화가 이어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1, 2위를 유지한 가운데 독일이 4위에서 3위로, 네덜란드는 12위에서 4위로 급부상했다. 32개국 중 최하위는 2929배를 기록중인 온두라스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