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장마철 며칠 동안 계속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장마가 시작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현대유비스병원 마음정신건강의학과 김진나 과장을 통해 알아봤다.
현대유비스병원 김진나 과장
장마철 감성의 변화 및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되는데, 밝으면 분비가 억제되고 어두우면 많이 분비된다. 장마철에는 햇볕을 덜 쬐게 돼 멜라토닌의 분비가 많아지고 몸이 낮을 밤으로 착각하게 되어 생체리듬은 깨지고 우울한 기분을 들게 한다.
또 오랜 기간 내리는 비로 외출이나 나들이를 즐기기 어려워 답답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끈적끈적한 날씨까지 더해져 우울한 감정이 증폭되기도 한다.
장마철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남성보다 잦은 호르몬의 변화 즉 월경, 출산, 갱년기 등으로 인해 몸의 평형상태가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 우울증은 불면증이나 식욕 저하 등의 증세를 많이 수반한다. 그러나 장마철 우울증은 정 반대의 증상을 보인다.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기 일쑤다. 식욕도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기도 쉽다.
물론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도 있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어지며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이 밖에 슬프거나 불안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활동력이 떨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장마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의욕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이렇게 예방하자
장마철 우울증은 햇빛양이 부족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빛의 양을 늘려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울에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로 광치료(phtotherapy)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잠시라도 해가 뜨면 산책을 하고 낮에도 실내조명을 환하게 켜 놓으면 좋다.
또 장마철에는 습기와 땀으로 인해 하루만 지나도 이불이 눅눅해 지기 쉽다. 조금이라도 뽀송뽀송한 기분을 갖고 싶다면 침구류를 일주일에 한번 이상 세탁하는 것이 좋다. 해가 나는 날에는 눅눅한 침구와 방석, 쿠션 등을 직사광선에 널어 말려주고, 장마로 인해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전기장판을 이불 밑에 깔고 1~2시간 정도 틀어주면 도움이 된다.
무더운 장마철이지만 집안의 습도를 조절해 불쾌지수를 낮춰주는 것이 좋다.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외출에 제한을 받아 상대적으로 답답증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환기를 자주 시켜주고 외출할 때 두세 시간 난방을 틀어놓는 것. 눅눅해진 집안의 습기 및 곰팡이균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양초나 아로마 향초를 켜두는 것도 집안 습기와 나쁜 냄새를 제거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아로마 향초를 사용하면 집안에 은은한 향을 발생시켜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외부활동을 늘리고 나가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전화통화를 해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 특히 햇빛이 나는 시간에는 꼭 밖에 나가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도록 한다. 장마철 우울증은 식욕을 증가시켜 자칫하면 몸무게가 늘기 쉽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영이나 요가, 스트레칭 같은 운동으로 무기력감도 날리고 몸도 관리하는 것이 좋다.
파전에 동동주,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장마가 이어지면 여기저기서 ‘술 한 잔’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비 때문에 활동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즐겨 먹는 삼겹살, 통닭처럼 기름진 안주는 지방간과 복부지방의 원인이 된다. 또 잦은 음주는 가뜩이나 장마로 좋지 않은 신체 기능 및 기분상태에 악영향을 미친다. 숙취의 악순환은 밤 시간대 수면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가능한 한 술자리는 피하고 갈증이 나면 시원한 냉수나 보리차 등을 마셔 건강을 챙기도록 한다.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어 충분한 수분과 무기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날씨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너무 예민해지지 않도록 한다. 긍정적인 생각과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고, 집안을 화사하게 꾸미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되도록 밝고 산뜻한 색깔의 옷차림을 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좋다.
송기평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