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의 하정우·강동원(왼쪽)과 <명량>의 최민식.
# <군도>
강동원의 영화 복귀는 4년 만이다. 2010년 SF판타지 <초능력자>를 끝내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한 그는 2012년 8월 소집 해제 뒤 첫 영화로 <군도>를 택했다. 촬영과 개봉까지 2년이 더 걸렸지만 강동원은 묵묵히 그 시간을 <군도>에 쏟아 부었다. <군도>에서 그의 모습은 악역에 가깝다. 민란이 극심하던 조선시대 말을 그린 영화에서 그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무관 역이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상대를 망설임 없이 처리하는 인물. 앞서 출연한 <전우치> <의형제> 등에서 보여준 연민 가득한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멀다.
<군도>는 그동안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총 제작비만 170억 원. 최소한 550만 명이 봐야 ‘본전’을 뽑는다는 뜻이다. 강동원으로서는 부담과 더불어 흥행 책임감도 가져가야 할 수밖에 없다. 강동원은 제작보고회에서 “영화가 표방하는 액션 활극이 관객에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할 것”이라며 “영화에 출연한 내 가슴까지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쾌감을 준다”고 자신했다.
강동원이 <군도>에서 맞붙는 하정우와의 연기 대결에도 시선이 간다. 하정우는 이미 충무로에서 손꼽히는 흥행 배우. ‘대세’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다. 반면 강동원은 <전우치> 등으로 흥행을 이뤘지만 군복무에 따른 공백 탓에 최근의 성적만 놓고 보면 하정우에게 다소 밀린다. 과연 <군도> 이후 두 배우를 향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 팬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명량>
연기 경력 30년에 가까운 최민식은 그동안 ‘업 앤드 다운’을 몇 차례 겪어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보내가다 2011년 주연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로 재기를 이뤘고 지난해 <신세계>의 성공으로 흥행 배우로 다시 인정받고 있다. <명량>은 그런 최민식이 자신의 이름값을 시험할 대작이다.
제작비 170억 원 규모의 <명량>은 조선시대 일어난 전쟁 가운데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히는 명량해전을 그렸다. 여러 번 극화된 임진왜란 가운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명량해전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다. 해전 장면만 전체 상영시간 126분 중 절반인 61분에 달한다.
최민식의 역할은 성웅 이순신. 이에 임한 최민식의 각오는 남다르다. “마치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고 촬영장을 돌이킨 그는 “우리가 아는 이순신이 아니라 영웅 이면의 또 다른 인간적인 모습에 접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최민식의 블록버스터 참여는 1999년 <쉬리> 이후 15년 만이다. 특히 이번엔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실제 존재한 영웅을 연기한 최민식의 활약이 관객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따라 <명량>의 흥행 성패는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연출자인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흥행을 전제로 이를 3부작으로 완성하는 기획까지 구상하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하는 100억 대작 가운데 처음부터 ‘3부작’을 구상한 건 <명량>이 유일하다.
# <해적>
영화 <해적>의 손예진과 <해무>의 박유천.
<해적>은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건국을 앞둔 조선의 국새를 삼킨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벌이는 해적과 산적의 대결을 그린 어드벤처 장르다. 손예진은 해적 떼를 이끄는 리더로 바다와 산을 넘나들며 고난도 액션까지 펼쳤다. 데뷔하고 처음 참여한 100억 대작이자 사극 영화에서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모두 쏟아냈다.
실제로 손예진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무술 연기자의 대역 도움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겠다”는 각오가 서린 선택이다. 손예진은 “그동안 영화에서 액션을 소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너무 힘든 마음에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곤 했다”며 “액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만 이번엔 여자 해적이라는 역할의 매력에 빠져 조금 욕심을 냈다”고 밝혔다.
# <해무>
첫 영화 주연작으로 <해무>를 택한 박유천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저 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스타들이 자신을 도드라지게 보여줄 수 있는 가벼운 장르의 영화를 택하는 방식과 달리 박유천은 ‘정통 코스’를 밟는다. <해무>의 장르는 스릴러. 기획과 제작은 봉준호 감독이 맡았고 박유천의 상대역은 관록의 배우 김윤석과 문성근이다.
동명 연극으로 유명한 <해무>를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다는 사실이 먼저 알려지면서 그 주인공은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숱한 남자 배우들이 욕심냈지만 행운의 주인공은 결국 박유천이 됐다. 영화는 망망대해에 뜬 배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사고, 살인이 뒤섞인 이야기. 박유천은 사건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미 박유천은 함께 작업한 배우와 감독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박유천을 두고 “한국영화에 등장한 굉장한 행운”이라고 했고 김윤석은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하며 살아갈 사람”이라고 평했다. 향후 영화에서 활약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