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성지
[일요신문]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하남미사 공공주택 사업지구에 편입된 망월동 천주교 구산성지 보존방안을 놓고 수년간 이견을 보여 온 천주교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의 입장을 조정 중재,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구산성지는 1980년 로마교황청이 순례성지로 지정하고 2001년 하남시가 향토유적 제4호로 지정한 천주교 성지이다.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사업지구로 구산성지를 편입하면서 보존방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성지 보존을 위해 순교자 묘역과 현양터를 제외한 구산성지를 사업지구에 안에 그대로 남겨 두겠다는 존치입장을 정했으나, 천주교 수원교구 측은 순교자 묘역과 현양터가 없는 성지는 성지로서의 목적을 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난 7월 1만여 명의 신도가 서명한 고충민원을 권익위에 제기했다.
고충민원을 접수한 권익위는 구산성지는 천주교 순례성지로 향토유적으로 지정되어 그 역사성이 있는 점, 조세심판원도 현양터를 종교용 부지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 양측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존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날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에서 정종득 구산성지 주임신부, 김복운 하남시 부시장, 이상곤 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권익위 박재영 부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구산성지 보존계획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권익위가 중재한 합의내용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기존 현양터 면적을 구산성지 존치면적에 포함하고, 인근에 문화공원과 노외주차장 조성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순교자 묘를 존치되는 성지로 9월까지 이전하고, 하남시는 존치되는 구산성지에 대한 향토유적 지정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권익위 박 부위원장은 “구산성지는 교황청이 지정한 순례성지이자 성인인 김성우 안토니오가 모셔져 있는 역사적인 곳으로, 오늘 보존방안이 마련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구산성지가 천주교와 하남시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구산성지는 하남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1만5484㎡ 부지와 외곽에 마련된 천주교 성인(聖人) 및 순교자 묘역 등을 기리는 현양터로 구성돼 있다.
이성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