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가 지난 11일 <힐링캠프>에 나와 서태지와의 과거사에 대해 공개했다. 왼쪽은 서태지. 사진제공=SBS
시작은 이지아였다. 이달 11일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서태지와의 일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다. 당초 4월 초부터 이지아가 <힐링캠프> 출연을 고심 중이라는 소식은 알려졌지만 ‘결심’을 하기까지 꼬박 4개월이 더 걸렸다. 방송에 출연한 이지아는 ‘작정한 듯’ 과거사를 꺼냈다. ‘서태지’라는 실명만 거론하지 않을 뿐 16세 때 미국에서 처음 만나 결혼하고 또 이혼을 택했던 서태지와의 일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지아의 발언 수위는 꽤 높았다. 그는 “(서태지와의 결혼생활은) 자유가 없었다”고 했고 “(함께 지낸) 7년 동안 부모와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의 사랑은 산에 있는 다람쥐에게도 들키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명인(서태지)과 함께 감춰진다는 건 바위 뒤에 숨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고백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중 오해의 씨앗을 남긴 이야기도 많았다. 미국 LA에서 살던 1993년, 16세의 나이에 서태지를 처음 만났다는 고백은 ‘미성년자 동거설’로 확산됐고 ‘7년 동안 부모와 연락하지 않았다’는 말은 비현실적인 분위기마저 풍겼다. 이지아는 모든 과정을 소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시청자들 사이에선 오해와 의문이 증폭됐다.
<힐링캠프> 출연을 고민하며 이지아는 “내 이야기인데 말하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아니냐”는 말을 주위에 했다. 대중과 소통하길 누구보다 바랐던 그였다. 하지만 방송에서 ‘드문드문’ 공개된 그의 과거사 고백은 방송 직후 여러 억측과 논란을 야기했다. 이지아 본인도 원치 않았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방송 직후 서태지와 이지아를 둘러싼 의혹은 다시 시작됐다. 이미 3년 전 이혼 소송을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대중이 이들에게 갖는 호기심은 뜨거웠다. 심지어 서태지는 지난해 연기자 이은성과 결혼해 이달 말 첫 딸의 출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에 억측이 난무하자 서태지는 13일 회사(서태지컴퍼니) 명의로 공식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이지아의 발언을 반박했다. “여러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에 사실을 바로 잡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태지컴퍼니는 이지아가 서태지와의 결혼생활을 두고 마치 세상과 단절해 산 것처럼 묘사한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은 여느 평범한 가정의 남녀와 같이 양가 부모도 서로 왕래하며 정식 허락을 받고 교제를 했다”고 밝혔다. 1993년 미국에서 이지아 언니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3년이 지난 1996년부터 연인으로 발전해 이듬해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시기를 정리했다. 1996년은 서태지가 가요계 은퇴선언 뒤 미국으로 건너간 해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며 이지아와 연인 사이가 됐다는 게 서태지의 설명. 혼인신고 당시 이지아의 나이는 20세, 서태지는 26세였다.
서태지컴퍼니는 또 “양가 가족 및 친지, 친구들까지 미국 집으로 초대하거나 여행이나 쇼핑, 외식 등을 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며 “서로 동의하에 언론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많은 지인들은 두 사람의 교제나 결혼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항간에 떠도는 ‘감금설’에 대한 반박이다.
서태지의 강경한 입장에도 누리꾼들의 의심어린 시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톱스타와의 비밀 결혼생활과 숨겨진 과거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스캔들이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탓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이지아의 발언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 진위 여부에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도 몰랐다’는 결혼생활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서태지와 이지아가 혼인신고를 할 당시 이들의 결혼 서류에는 이지아의 언니가 증인으로 기재돼 있다. ‘가족 모르게’ 결혼했다는 이지아의 발언만큼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이지아가 ‘왜 지금’ 방송에 출연했는지를 놓고도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 <힐링캠프> 측은 물론 여러 방송 관계자들 역시 ‘우연히 일치’라고 하지만 서태지가 10월 새 음반 출시를 앞두고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려는 시기란 점에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서태지컴퍼니가 논란이 잦아들 때까지 침묵하지 않고 곧바로 대응에 나선 이유도 서태지 컴백이 임박한 ‘중요한 시기’에 터진 스캔들이란 위기를 감지한 탓이다. 서태지가 자료를 통해 “(혼인과 이혼은) 지워지지 않은 아픈 부분이고 상대방의 아픔도 존중한다”며 “더 이상 사실이 왜곡돼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짚은 이유도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논란 속에 이지아가 또 다른 발언을 꺼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소속사 측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최근 드라마 <세 번 결혼한 여자>를 통해 배우로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한 이지아가 섣부른 토크쇼 출연으로 어렵게 형성한 분위기에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근심 섞인 우려도 나온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