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가 지난 21일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시사회 자리에서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송혜교는 300석 가까이 되는 극장 단상에 혼자 서서 “전날 밤 직접 썼다”는 사과문을 차분하게 읽었다. “2년 전 (국체청) 연락을 받고 세금 신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겁이 났고 걱정 됐다. 곧바로 누락된 세금과 가산세를 납부하고 실수를 바로잡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수였다고 해도 모든 게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혜교가 이처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이유는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 가운데서도 가장 예민한 ‘세금’ 논란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5년 전 인기 개그맨 강호동을 ‘연예계 잠정 은퇴’로 이끈 논란 역시 세금 탈루 의혹이었다. 심지어 강호동은 은퇴 직후 관련 의혹과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뒤로도 오랫동안 연예계에 복귀하지 못한 채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에게 쏟아진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탓이었다.
송혜교는 그동안 특별한 논란 없이 10년 넘도록 성실하게 연기활동을 해온 배우다. 그런 송혜교를 둘러싸고 세금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8월 18일이다. 한 매체는 ‘톱스타 S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벌어들인 137억 원 가운데 종합소득세 26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는 2012년 국세청 조사를 통해 관련 혐의가 적발됐고, 뒤늦게 누락 세금을 납부한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S가 누구인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3년간 그가 벌어들인 137억 원에 달하는 수입은 관심을 증폭하는 기폭제가 됐다.
감사원과 국세청에 따르면 송혜교는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3년 동안 여비교통비 등을 포함해 총 59억 5300만 원 가운데 54억 원을 전표와 영수증 등의 증빙 서류 없이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이후 감사원이 국세청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송혜교가 3년 동안 종합소득세 중 총 25억 5700만 원을 과소 신고한 것을 밝혀냈다.
논란이 증폭되자 송혜교는 법무법인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2012년 국세청으로부터 지적받기 전까지 세무대리인이 신고를 부실하게 한 사실을 몰랐다”며 “대리인에게 업무를 맡겼지만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또 “추후 부과된 추징세금과 가산세를 모두 납부했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세무 처리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세무 관계자들 사이에선 25억 원이 넘는 금액을 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과소 신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송혜교가 2009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사실이 다시 드러나면서 또 다른 의문이 증폭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송혜교는 2009년 납세자의 날인 3월 4일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장관 표창을 받은 사람들은 이후 3년 동안 세무조사를 유예 받는다. 이를 두고 “송혜교가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또 의혹의 시선을 제기했다.
송혜교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선 배경도 이처럼 심각해지는 상황을 직접 타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송혜교는 “이것만은 꼭 믿어 달라”고 몇 차례 호소했다. 그는 “항상 욕심 부리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살아가는 게 삶의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며 “3년간의 세금을 덜 내고자 행복을 잃을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진심’을 믿어달라는 뜻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A가 의도적으로 세금 신고를 누락한 정황을 포착해 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A가 수익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얼마 전 그의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직원과 가족에 대한 조사까지 벌였다. 이를 토대로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검찰 역시 유명 한류스타들의 중국어권 업무를 담당한 모 에이전시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스타들의 세금 문제가 전방위적으로 조사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 이에 대해 연예계 안팎에서는 연예인들의 수입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특수성이 있고 때문에 세금 문제는 대개 전문가에게 위임한다”며 “전문 대리인이 있다고 해도 소득 신고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