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낙찰가는 경매회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자동차 가격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다. 이 차 한 대 가격이면 2014년형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약 4억 3000만 원)를 90대쯤 살 수 있다. 페라리 250 GTO의 공차 중량이 880㎏이니 같은 무게의 금값(매매기준율 기준 약 375억 원)보다도 비싼 셈이다. 대체 어떤 차이기에 이렇듯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최근 수년간 지구촌의 유명 자동차 경매를 통해 공식적으로 거래된 클래식카 중에서 3000만 달러(약 305억 원)가 넘는 희귀한 자동차들을 살펴본다. 과연 어떤 브랜드의 모델들이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클래식카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까.
# 페라리 250 GTO
페라리 250 GTO 베를리네타의 낙찰가 387억 원은 같은 무게의 금값 375억 원보다도 비싸다.
1960년을 전후해 생산된 페라리 모델들은 수려한 스타일과 트랙을 정복한 이력 등으로 인해 세계 클래식카 경매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통한다. 그 대표주자로 꼽히는 모델이 바로 페라리 250 GTO다. 아름다운 외관과 뛰어난 성능, 그리고 역사적 가치와 희귀성이 어우러져 자동차 수집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소장품으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클래식카 세계의 모나리자’로 평하는 이들도 있다.
1962년 첫선을 보인 페라리 250 GTO는 페라리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가 만든 첫 번째 슈퍼카 모델이다. 최대출력 300마력의 12기통 가솔린 엔진(2953㏄)이 280㎞/h의 최고속도를 이끌어낸다. 1964년까지 단 39대만 생산됐지만, 르망 24시 GT 카테고리,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등 세계 유수의 레이싱대회를 휩쓸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같은 모델의 차량이 1990년 소더비 경매에서 1075만 6000달러에 팔리며 ‘몸값 1000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2012년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스털링 모스를 위해 제작된 1962년형 녹황색 페라리 250 GTO가 3500만 달러(약 356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외신 보도를 통해 미국 자동차 수집가 폴 파팔라도가 내놓은 페라리 250 GTO가 5200만 달러(약 534억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거래 가격은 경매 회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최고가의 클래식카는 바로 최근 본햄스 경매에서 팔린 페라리 250 GTO 베를리네타인 셈이다.
#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랜틱
1936년 부가티가 제작한 아름다운 2인승 쿠페형 세단. 부가티 설립자인 에토레 부가티의 아들로서 디자이너 겸 드라이버로 활동하다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만 30세에 요절한 장 부가티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단 3대만 제작됐으며, 현재 2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클래식카 경연대회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여러 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약 3500만 달러(약 356억 원)에 팔려 최근 수년 동안 ‘가장 비싼 클래식카’의 왕좌에 올랐었다. 당시 낙찰자는 미국의 보험 사업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피터 멀린. 현재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에 자리한 멀린 자동차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부가티는 독특하게 차의 모델 이름을 ‘타입 O’으로 표시했는데, 1934~39년에 생산된 ‘타입 57’과 ‘타입 57S’ 모델은 스타일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성능도 뛰어나 레이싱카로도 명성을 날렸다. 공차중량은 950㎏, 3257㏄ 가솔린 엔진이 최대 135마력의 힘을 발휘해 최고속도가 180㎞/h에 달했다. 장 부가티는 바로 이 타입 57을 시험주행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 메르세데스 벤츠 W196R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메르세데스 벤츠가 F1 무대로 복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경주용 자동차. 1954년부터 챔피언십 그랑프리에 12차례 출전해 9번의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 행사 때 본햄스가 주관한 경매에서 1954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W196R이 약 3160만 달러(약 321억 5000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당시 팔린 W196R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1954년 독일 그랑프리 및 스위스 그랑프리 우승 때 직접 몰았던 모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6대는 메르세데스 벤츠 컬렉션이 보유하고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