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핵심공약, 새정연 다수의회가 줄줄이‘퇴짜’...감정싸움으로 확산 석달째 대립각
박경철 익산시장의 핵심공약에 대한 시의회의 잇따른 제동으로 촉발된 시장과 시의회 간의 대립이 최근에는 상호간에 원색적인 막말을 주고받는 등 점입가경이다.
◇ `견원지간‘ 시장·시의회, 깊어지는 반목의 골
“저런 것이 시장이냐” VS “의장직 사퇴하라“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의 줄지은 무산으로 감정이 상한 양 측은 이후 사사건건 충돌했다. 급기야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이 공식 행사장에서 박 시장에게 폭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 등에 따르면 조 의장은 지난 27일 익산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린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자신의 인사말이 생략된 채 개회식이 끝나자 박 시장에게 폭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조 의장은 ”저런 것이 시장이냐“, ”지금이 전두환 시대냐“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익산시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 의장의 공개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 관계자는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 의장을 즉시 고소·고발할 것이며 앞으로 의회를 시정의 동반자이자 협력자 관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조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박시장의 지시로 자신의 축사가 빠진 데에 대한 불만을 품고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핵심사업 예산이 의회에서 삭감된 것에 불만을 품고 시의회 의장의 인사말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갈등의 원인은
익산시 사정에 밝은 지역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갈등의 원인을 ‘시장의 독단·독선행정’과 ‘시의회의 발목잡기’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사회 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의 독특한 스타일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시장은 11전 12기의 정치적 신화를 이룬 인물로 시민시장으로 자처하면서 젊은 층이나 일부 시민들에겐 인기가 있지만 비토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의회가 사사건건 시 행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시 관계자는 “현 지방자치 여건상 지방의회가 발목을 잡으면 지자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와 시의회는 지난 11일 발령된 모현동 우남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대피명령, 광역상수도 도입, 농업관련 부서 이전 등을 놓고 번번이 마찰을 빚어왔다.
시의회는 지난 19일 시의회와 상의 없이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명령을 내린 박 시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 시장은 ’대외비‘란 이유로 시의회에 불출석했다. 이에 시의회는 박 시장에게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하기로 내부적으로 결론내렸다가 뒤늦게 해명을 듣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광역상수도 도입을 위한 기본용역‘ 예산 4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논란이 됐다. 광역상수도 전환은 박 시장의 선거 핵심공약이었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박 시장의 또다른 핵심 공약이었던 익산시의 농업 관련부서 이전안을 놓고 찬반 격론을 벌였지만 끝내 부결 처리하면서 예산 6억8천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처럼 시의회가 핵심 사업들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서자 박 시장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시의회의 양보가 없으면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청 주변에선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세력 간 반목이 보다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새정연출신 의원들이 중앙 정치에 휘둘리면서 박 시장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6.24 지방선거 당시 박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서 이한수 후보를 물리친 때부터 박 시장과 시의회. 익산 정치권과의 대립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시장이 최근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시의장의 인사말을 빼도록 직접 지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시의장이 여러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면서 지역 한 국회의원의 치적을 알리고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자 박 시장이 직접 내린 조치라는 것이라는 익산시의 해명은 지역 정치권과의 모종의 불편한 관계임을 시사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우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밝힐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첫 단추라는 지적이다. 현재 박 시장와 시의회 간의 공식 창구는 말할 것도 없고 비공식 대화창구인 ’물밑 교류‘조차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사사건건 지루한 감정 다툼만 벌일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회 관계자는 “서로 상대방에게만 잘못과 비난을 전가하지 말고 한발씩 양보해 대승적인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철 시장은 누구?
박경철 익산시장은 지난 27년간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11번 나서 모두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 6.4지방선거에서 12수 끝에 당선된 인물이다. 당시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서 이한수 후보를 736표(0.6%) 차이로 제쳤다.
박 시장은 선거에 나올 때마다 오뚜기 같은 집념어린 정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드물었고“그 사람 또 나왔데?”라며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싸워야 했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박 당선인은 정치계의 신화가 되었다. 그는 “이번 당선은 익산시민들의 혁명으로 보고 시민 곁에 서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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