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측 직원 A 씨 교통사고 사망 인정 임직원 현지 급파 사고원인 및 수습 만전
- 현지 경호업체간 이권 맞물린 특혜설 부상 이라크 파견 건설사 안전대책 마련 시급
이라크 내전과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근거지 공습으로 중동지역 불안요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건설 현장에 파견된 국내 건설사 직원이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인 A 씨가 지난 8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라크 바그다드 남동쪽에 위치한 바스라와 바드라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두 사업장 규모는 21억5000만 달러 정도이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 200여 명이 체류하고 있다.
A 씨는 이라크 현지 사업장 인근에서 경호업체의 경호 속에 자가용으로 이동중에 타이어 펑크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기자와 통화한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A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은 맞다. 현지 경찰도 단순 교통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렸고, 현재 이라크 관련 기관(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 및 사인을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사에서도 임직원을 급파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 및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A 씨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이라크 당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고, 삼성 측도 ‘쉬쉬’하고 있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라크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고 미국의 IS 공습으로 중동지역 내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현지 교민들은 물론 국내에서 파견된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는 점에서 A 씨 사망 사건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삼성엔지니어링 홈피 캡쳐
실제로 이라크 내무부는 분쟁지역인 이라크 내에서 사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호 요원을 대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 건설 사업 입찰에 참가하는 건설사나 전문건설업체 등은 반드시 입찰 서류에 ‘Security Plan’을 제출해야만 한다. 노동자 캠프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캠프시설 방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라크 내에서 건설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전체 수주 금액 중 5~10%에 달하는 금액을 경호 비용으로 지출할 정도라고 한다.
경호 사업이 호황이다 보니 이라크 내에는 200여 개의 민간 경호업체가 난립하고 있고, 상당한 이권이 개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는 영국과 미국계는 물론 한국 경호업체도 현지 및 외국계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A 씨 사망 사건이 국내에 전해지자 당시 경호를 담당했던 업체의 과실 논란과 맞물려 갖가지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A 씨 일행이 현지 경호업체의 경호를 받으며 자가용으로 이동 중 타이어 펑크가 났고, 이 과정에서 A 씨가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와 사망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경호원은 자신보다 의뢰인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경호를 받고 있는 A 씨는 사망한 반면 경호원들은 큰 상해를 입지 않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호업체 일각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이라크 현지 경호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지원한 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경호업체 입찰에서 떨어진 일부 업체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라크 현지 경호업체를 선정했다”고 일축했다.
A 씨 사망사고로 이라크 현지에 임직원 및 근로자들을 파견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이라크에는 체류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 임직원 및 근로자는 모두 640여 명에 달한다.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삼성엔지니어링이 200여명을 파견하고 있고, 2012년 단독으로 수주한 80억 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화건설은 협력사 임직원 등 모두 400여 명 가량이 이라크에 상주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남단에 위치한 바스라주에서 항만공사를 진행 중인데 공사현장에는 대우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 40명이 체류하고 있다.
지난 4월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이라크 내 공사를 주수했지만 아직은 설계 단계여서 현장 파견 직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스런 점은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장이 대부분 안전지역으로 구분되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위치해 있어 아직까지는 근로자들의 안전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라크에 임직원과 근로자들을 파견한 국내 건설사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이라크 내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장관리는 물론 대피, 인력철수 등 단계별 안전대책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 임직원과 근로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