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행각은 2011년 7월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어느 자매가 경찰에 저스틴 리를 성폭행 및 강간 혐의로 고소한 것. 저스틴 리에게 피해를 입은 두 여성의 증언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2011년 6월 타이베이의 ‘스파크’라는 바에서 우연히 만났다. 잠시 화기애애한 시간이 있었는데, 두 자매는 저스틴 리가 권하는 술잔을 마시고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자 저스틴 리는 그들을 에스코트해서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두 여성의 친구들이 개입했지만 저스틴 리의 경호원들이 강력히 제지했고, 그렇게 저스틴 리는 두 여자를 데리고 자신의 아파트로 가게 된다.
두 사람은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을 하려 했지만 의식은 점점 몽롱해졌고, 결국 아무 것도 인식하지 못 하는 상태가 되었다. 잠에서 깨었을 땐 어느덧 아침. 온몸에 상처와 멍 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온 저스틴은 소리쳤다고 한다. “임신하기 싫으면 빨리 나가서 피임약부터 사 먹어!” 그들은 병원에 들러 정밀 검사를 받았고, 자신들이 입은 육체적 피해에 대해 진단서를 끊은 후 경찰서로 가 저스틴 리를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고, 물론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두 여자에게, 자신이 한 행동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스틴 리는 음란 동영상으로 여자 연예인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위쪽은 저스틴 리 동영상 피해 연예인.
이후 1년 가까이 수사가 이뤄졌고, 여기저기서 피해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가 강간을 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었고, 저스틴 리는 모든 섹스가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때 어느 타블로이드 잡지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2012년 8월 <넥스트 매거진>은,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기 우(오아형), 테리 콴(관영), 비앙카 바이(백흠혜), 루루 린(임위여), 지나 린(임리비) 등 대만의 여성 연예인 노출 사진을 실었다. 모두 저스틴 리와의 관계에서 나온 사진들이었다. 결국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고, 저스틴 리는 법망을 피해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 끄나풀이 있었던 그는 자신이 수배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스틴 리가 도피 생활을 하던 시기, 잡지에 등장한 연예인들은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모델과 연기자로 TV에서 나름의 스타덤을 쌓던 매기 우는 8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미디어의 과열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결국 취소했다. 잡지에 은밀한 사진이 공개된 후 그녀는 정신적 공황 속에서 극심한 체중 저하를 겪었고, 변호사조차 만나기 힘든 대인 공포증에 시달리게 된 것. 매니저는 “이제 그 사진을 다운로드하는 일은 그만해주세요”라는 매기 우의 간곡한 부탁을 대중에게 전하기도 했다. 사진이 유출된 상황에 대해 타이베이 경찰은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미 늦은 일. 아직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한 여배우는, 자신의 스폰서였던 대만의 삼합회 ‘죽련방’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죽련방은 500만 대만달러(약 1억 7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도피 중인 저스틴 리를, 죽이든 살리든 잡아오면 이 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매기 우는 저스틴 리와의 은밀한 사진이 공개된 후 극심한 체중 저하와 대인 공포증에 시달렸다.
체포 영장과 도피와 수배령과 자수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경찰은 저스틴 리의 컴퓨터를 분석했고 25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용량의 동영상과 사진을 맞아냈다. 저스틴 리는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친구들과 돌려 보기도 했고, 유명 연예인의 경우엔 그것을 이용해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그 희생자 중엔 60명 이상의 유명인과 여배우와 모델과 아티스트와 TV 호스트들이 있었고 일반인도 상당수였는데, 그 양이 너무 방대해지자 저스틴 리는 파일 분류 시스템을 이용해 각 동영상마다 등급을 매기고 48개의 폴더로 분류할 정도였다. 여기엔 해당 여성의 개인적 특성, 관계를 맺을 당시의 상황 등이 반영되었고, 조이는 정도나 축축함 등 다소 노골적이고 민망한 부분까지 참조했다. 93개의 동영상이 있었고, 총 러닝타임은 883분(14시간 43분)에 달했다. 플레이보이 진관희의 데이터베이스를 훨씬 능가하는, 범죄자의 사건 기록이었던 셈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