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개막에 앞서 삼성 언팩 행사를 갖고 갤럭시노트4를 공개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노키아는 2011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핀란드 국민기업이었다. 삼성전자가 ‘애니콜(Anycall)’ 브랜드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 때도 노키아의 벽만큼은 넘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중심으로 흘러가는 휴대전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애플과 삼성전자에 차례로 추월당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54억 4000만 유로(약 7조 8654억 원)를 받고 매각했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통신기기 제조업체다. 2013년 1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기 전까지 ‘리서치 인 모션(Research In Motion Limited, RIM)’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는 2008년 2분기만 해도 가입자 수 1900만 명을 넘어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애플과 삼성전자에 추격당했고, 현재는 세계시장 점유율 1% 미만의 군소업체로 전락했다.
홍콩의 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스마트폰 출하대수는 7900만 대로 전기(7490만 대)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전년동기보다는 2%가량 줄었다. 분기단위 출하량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갤럭시’ 시리즈 출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출하량 감소는 판매량 감소를 암시하며, 부품 공급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훼손한다.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면 디스플레이와 칩 등 부품도 생산과 공급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에 따른 단가하락 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다시 스마트폰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이 같은 효과를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실적발표에서 마케팅 비용을 늘린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이 점도 문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톰 강 연구원은 “할인판매를 했음에도 판매가 늘지 않았다는 것은 수익을 훼손해 겨우 시장 점유율을 지켰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아너6’. 오른쪽은 애플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튠즈처럼 시장지배적인 독자적인 운영체계(OS)를 갖지 못한 점도 노키아나, 블랙베리와 닮았다. 노키아는 1998년 삼성전자, 파나소닉, 소니, 에릭슨, 지멘스 등과 함께 MS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 단말기 OS ‘심비안’을 주도했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스마트폰 OS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블랙베리도 역시 블랙베리 OS라는 운영체제를 1999년 처음 선보였지만, 역시 시장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단말기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삼성의 자체 OS인 ‘타이젠’은 아직 스마트폰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같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샤오미나 화웨이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설령 타이젠폰이 출시된다고 해도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3분의 2 이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타이젠 환경에 동참할 것이라 확신하기도 어렵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이 대규모 광고의 마케팅 비용, 영업망에 대한 인센티브 등으로 시장을 좌우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저가 시장에서 치열한 수익경쟁을, 고가 시장에서는 애플 등과 힘겨운 경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스마트폰 외에 다른 주력사업이 있다는 점은 노키아나 블랙베리와 분명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당분간 연간 8조~10조 원의 영업이익은 거뜬히 낼 전망이다. 당분간 스마트폰 분기 영업이익이 2조 원대에 머무른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 부문과 합하면 연간 16조~20조 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하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13조~16조 원이다.
사업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주가는 쉽지 않다. 160조 원인 현재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0~13배 정도로 코스피 평균인 7~8배보다 높다. 스마트폰이 계속 부진하다면 반도체 혼자만으로는 주가 100만 원을 지키기도 버거울 수 있다. 스마트폰 실적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디스플레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전 역시 TV를 제외하면 획기적인 수익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 실적과 스티브 잡스 잡스 사후 3년…2라운드 대결 돌입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일(7일)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3주기와 거의 겹쳐 화제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사망했다. 2011년 4분기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때다. 올 3분기 실적은 잡스 사망 바로 직전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스티브 잡스 공교롭게도 올 3분기 애플은 ‘아이폰6’를 내놓았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스마트폰을 고집했던 잡스의 유지와 달리 처음으로 5.5인치 대화면을 채택했다. 아이폰이 처음으로 잡스의 그늘을 벗어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도 같은 시기 ‘갤럭시 노트·알파’ 등 신제품을 내놓는데,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일선을 비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임시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신제품이다. 잡스와 이건희 회장과의 대결은 결국 이 회장의 판정승이지만, 후임자인 팀 쿡과 이 부회장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최] |